지난 94년 한국시장 진출 이후 고속성장을 거듭하며 국내 네트워크장비 시장의 1인자 자리를 지켜온 시스코시스템스의 명성이 최근 크게 흔들리고 있다.
7월말 결산법인인 시스코코리아는 2001년 회계연도에서 당초 매출목표의 50∼60% 수준인 4억2000만달러 안팎의 매출실적을 달성하고 전년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등 부진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근에는 한국통신과 데이콤·파워콤 등이 발주한 메트로 이더넷 장비공급업체 선정을 위한 수주경쟁에서 잇따라 탈락했다.
특히 최근 잇따라 발주된 메트로에어리어네트워크(MAN) 장비 공급업체 선정을 위한 수주경쟁에서는 후발 네트워크장비 업체로 지난 7월 한국시장에 직접 진출한 리버스톤네트웍스에 잇따라 수주권을 뺏아기는 수모를 당해 관련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지난 23일 장비공급업체가 선정된 파워콤 프로젝트 수주경쟁에서는 당초 시스코의 수주권 획득이 유력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3차례 입찰에 걸친 치열한 가격경쟁 끝에 리버스톤이 수의계약 형식을 통해 수주권을 획득했다.
이번 파워콤 프로젝트의 수주권 획득 실패와 관련, 시스코코리아 조태영 상무는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장비를 공급할 수는 없기 때문에 사실상 장비공급을 포기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이번 입찰이 금액면에서 100억원에 이를 정도로 결코 작은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점과 향후 추가물량 수주 등을 겨냥해 시스코가 이번 입찰의 수주권 획득을 위해 상당히 심혈을 기울여온 점을 감안할 때 시스코의 해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2001년 회계연도 매출실적 부진 및 MAN장비 수주경쟁의 잇단 패배와 함께 시스코코리아를 곤혹스럽게 만들는 일은 심심하면 불거지는 인력감축 및 구조조정론.
시스코코리아는 물론 시스코 아태지역 사장마저 “당분간 한국시장에서 인력감축 및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으나 관련업계에서는 올해말까지 시스코코리아의 매출실적이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강도높은 구조조정과 대규모 인원감축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끊이지 않아 시스코 관계자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한편 이같은 상황 전개로 시스코의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는 의견이 점차 확산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네트워크장비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게 될 MAN솔루션과 무선랜, 광전송장비 분야 등에서는 시스코의 입지를 위협할 만한 업체들이 많아 그동안 시스코가 라우터와 스위치 장비시장에서 보여준 영향력을 그대로 이어가기 어려울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한국시장 진출 이후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시스코가 시장위축과 경쟁업체의 거센 도전 등으로 날로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예전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