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남·북·일 IT교류` 제언

 ◆이상춘 재일조선인과학기술협회 컴퓨터전문위원회 위원장

lee@kyoto.email.ne.jp

 

 지난 8월 15일, 2주간의 평양방문 일정을 마치고 중국 선양을 거쳐 일본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순안비행장을 찾았다. 평소에는 탑승객도 적어 몇 무리의 대표단 정도가 눈에 띄던 순안비행장은 한국에서 도착한 대표단을 맞이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필자에게 평양 방문은 10번째고 최근 5년간은 비즈니스 관계로 매년 여름휴가중 2주 정도는 평양에서 보내는 것이 관례가 됐다. 과거에는 평양에서 한국 사람을 거의 볼 수 없었는데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98년부터 한국 사람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다. 특히 6·15정상회담 이후에는 한국 방문객들이 늘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남북교류가 꾸준히 진전되고 있는 가운데 필자는 과학기술교류, 특히 IT관련 과학교류·경제협력사업이 좀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진전될 수 없을까 기대를 해본다.

 필자가 북조선의 IT관련 연구자, 기술자와 교류를 시작한 게 90년이었으니 벌써 10년 이상 세월이 지났다. 북조선 사람들은 IT 분야에서 뛰어난 지식과 기술을 갖고 있다. 북조선은 일찍부터 정보교육을 과학기술교육의 중심 중 하나로 삼아 교육정책안에 집어넣는 인재육성책을 전개, 지금도 우수한 인재를 수없이 배출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이후 ‘21세기는 정보산업의 시대다’는 슬로건 아래 IT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져 신문에 IT관련 기사가 게재되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다.

 물론 한국은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이미 톱클라스의 IT선진국이다. IT 분야에서 남북 모두는 범국가적으로 힘을 쏟고 있는 만큼 학술적인 측면에서의 남북 IT교류가 남북화해협력의 구체적인 해결책임에 틀림없다.

 분단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남북이 쓸데없는 힘을 소비하는 것은 민족의 수치다. 이제는 21세기의 대표기술인 IT로 남북화해협력을 이끌어가야 한다. 왜 IT냐 하면, IT는 학문·기술적으로는 전문적이지만 일부 전문가뿐만 아니라 모든 연구자의 연구수단으로서 필요하고 또 모든 산업구조 속의 인프라로서 깊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IT교류는 누구나 참여할 가능성을 갖고 있어 광범위하게 남북화해협력을 전개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남북IT교류를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한국과 북조선의 국내문제는 정치적 색채를 띠고 있어 문제를 풀어나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제적으로도 바세나르협약 문제는 골칫거리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제는 남북간 사람들의 상호이해 부족이라고 생각한다. IT교류는 국가시책에 의해 계획된 프로젝트보다도 연구계나 산업계 사람들의 발상을 근거로 전개되는 것이 더 중요하고 효과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류당사자의 상호이해가 대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교류의 전제조건은 상호이해가 필수적이다. 이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간단히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의 분단은 사물에 대한 견해나 사고방식·처리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게 만들었다. 과거에 총련계 재일동포가 북조선과 합작사업을 전개하면서 많은 실패를 경험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상호이해, 특히 제도의 차이에서 나오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총련계 재일동포조차 그런 상황이고 보면 한국 사람들도 상호이해가 간단한 문제가 아닐 것임은 분명하다.

 이같은 상황을 놓고보면 나는 재일동포를 포함한 한국·북조선·일본 3국 IT교류협력을 제언한다. 재일동포, 특히 총련계 연구자와 기술자는 북조선과 계속적으로 교류해 왔고 한편으로는 한국 사람들과의 연대도 가능하다는 특별한 포지션을 취할 수 있다. 그 포지션을 활용하면 재일동포는 남북 상호이해를 위한 가교역할을 할 수 있고 나아가서는 시장개척 및 공동사업 추진에서도 많은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남북통일 과정에는 정치적·사회제도적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IT교류 실현이 남북 학술·기술교류와 경제교류를 활성화시킬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남·북·재일동포 3자가 모두 실리를 취할 수 있는 남북IT교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한국·북조선·일본 3국에서 협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글은 재일본조선인과학기술협회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 필자 개인의 소견임을 밝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