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대학정보화가 가야할 길

 ◆김낙명 이화여자대학교 정보통신처장 nmkim@ewha.ac.kr

 참 이상한 말이다. 대학정보화라는 말은. 대학이야말로 이미 정보화가 되어 있었음직한 지능과 기술의 보고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날이 갈수록 대학정보화 투자는 멈출 줄을 모르고 어느 대학이나 한해의 정보화 예산이 큰 강의동 하나를 짓는 일에 맞먹는 규모에 이르게 되었다.

 어느 자리에선가 대학에 무슨 비밀이 될 정보가 그렇게 많겠느냐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하긴 그렇겠다고 생각이 든 것은 잠깐, 이 세상에 대학만큼 그 작은 숫자들을 수십년 수백년 변함없이 지켜야만 하는 곳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정보화는 크게 교육정보화·연구정보화·행정정보화의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교육정보화는 대학 본연의 역할인 인재양성 과정에서 원활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궁극적으로는 사이버 강좌나 사이버 학술대회에까지 연결되는 첨단서비스를 포함한다. 연구정보화는 교수진을 중심으로 창조되는 지적재산을 관리하고 학제간의 정보교류와 상호접목을 도모함으로써 첨단화·복합화되는 학문 분야를 더욱 원활히 개척하도록 후원하는 일이다. 끝으로 행정정보화는 전자결재 시스템이 그 중심이 되고 그 이면에는 학사행정·인사관리·재무관리 등에 관한 통합 데이터베이스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최근 몇몇 종류의 악성 바이러스들과 전쟁을 치르면서 불과 얼마 전에 수십억원을 투입하여 구축한 기가비트 이더넷 통신망이 한때 무력하리만치 무너지는 상황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신문기사에서는 모 대학의 정보시스템이 해킹을 당해 서버에 보관중이던 학점이 변경되는 일이 있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대학정보화에 가장 어려운 부분은 무엇일까. 대학은 바이러스를 당하고 사람들의 정보 도둑질이 이어지더라도 이미 열어둔 정보화의 길을 결코 닫을 수 없다는 데 그 어려움이 있다. 그렇게 얻어맞으면서도, 필자는 교내 곳곳에서 잘 운영되어 온 무선랜 체계를 이제는 대학 전체를 대상으로 확대하여 설계하는 일에 골몰하고 있다. 더욱 편리하게 하기 위해 더많이 열어야겠다는 것이다.

 필자가 존경하는 인근 대학의 정보전산처장과의 대화에서 대학정보 시스템의 보안에 관하여 토론한 적이 있다. 해킹을 이겨내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보안 기능은 어쩌면 활짝 열린 문, 그리하여 대학이 사회의 등불의 역할을 하게 만드는 그 문을 급기야는 조금씩 닫게 만들거나 초고속을 지향하는 대학정보망 곳곳에 실시간 감시초소를 세워 데이터의 흐름을 막는 모양이 되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마음이었다.

 지금 우리 대학은 사이버 캠퍼스의 내실화와 동창 네트워크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대학정보화의 또다른 축이 열린 것이다. 특히 최근에 개강한 국제사이버대학의 사례를 보면, 강의는 전부 영어로 진행되고 해외 유수대학의 학생들도 수강생으로 등록하고 있다. 강의실을 슬쩍 들어가 보면 9월 개강 이후 두 달 사이 어느새 많이들 오고간 질문과 대답, 팀별로 이뤄지는 진지한 사이버 토론이 새로운 대학 문화가 영그는 핵이 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었다. 이제는 명실공히 대학정보화가 밤낮을 잃게 된 것이다.

 하기는 12만이 넘는 동창들을 서로 연결하는 대학의 사이버 네트워크도 밤낮을 잊은 지 오래다. 대학의 메인 서버를 통하여 미주지역의 동창, 유럽지역의 동창, 일본지역의 동창 누구 할 것 없이 자유로이 등록하여 대화를 나누고 텔레비전에서 보는 심야토론과 동일한 체계로 사이버 공간에 마련된 사이버회의실에서 마음껏 토론할 수 있게 된 것이 우리 대학 정보화의 현주소다.

 그러면 21세기 새천년에 대학정보화가 가야할 길은 무엇일까. 사회는 더욱 고도화된 정보를 다룰 줄 아는 인재를 요구하고 그 인재양성은 의당 대학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믿는다. 연필과 칠판으로 상징화되던 과거의 상아탑과 키보드와 컴퓨터를 떠나서는 살 수 없는 현대 정보사회. 지금 대학은 그 사회를 떠받치고 갈 인재를 기르기 위하여 이미 가늘어진 허리나마 더 졸라매고 유선망 구축에서 다시 유무선 통합망 구축 단계로 확대하고 있다. 대학은 이제 조만간 두꺼운 교재와 노트가 아닌 얇은 전자책 하나를 들고 캠퍼스를 누빌 차세대 인재들을 맞이할 준비에 굵은 땀방울 닦을 틈 없이 앞으로만 매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