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총생산의 절반 이상을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에게 가장 반가운 소식은 수출 확대다. 그런 측면에서 국내 중소·벤처기업들이 세계 MP3플레이어 시장을 장악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희소식이다. 세계인들이 사용하는 MP3플레이어 2대 중 1대가 국산 제품이라는 것은 자긍심마저 느끼게 하는 일이다.
우리가 수많은 수출품목 중 하나인 MP3플레이어의 세계 시장 공략을 이처럼 반기는 것은 9·11테러와 아프간 보복공격으로 인해 수출이 급락하고 내수시장은 위축되는 등 충격파가 큰 우리 경제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세계 최초로 MP3플레이어 상품화에 성공한 종주국임에도 불구하고 시장 대응이 늦어 외국 업체에 내줄 수밖에 없던 시장 주도권을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다양한 제품 출시를 통해 되찾았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물론 시장규모도 엄청나다. 세계적인 시장조사업체인 데이터퀘스트와 IDC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50만∼370만대에서 내년에는 520만∼580만대로 늘어나는 등 MP3플레이어 세계 시장규모가 오는 2005년 1500만대를 웃돌 것이라고 한다.
미국의 소닉블루, 유럽의 필립스, 일본의 메이저 가전브랜드인 소니·파나소닉·산요·도시바 등 세계 유수의 전자업체는 물론이고 인텔·컴팩·애플 등 미국의 거대 IT기업까지 이 시장에 동참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오는 2003년이면 세계 시장규모가 10억달러를 상회하는 유망품목임에도 아직 시장을 지배하는 절대강자가 없다는 점도 이들 거대기업의 참여를 부추기는 요인의 하나라고 본다. 휴대형 오디오 분야의 최강자로 자타가 공인하는 소니가 MP3 CD플레이어를 아직 출시하지 못했고, 리오 시리즈로 MP3플레이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소닉블루도 한국 업체에서 MP3 CD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공급받는 등 무주공산에 다름아닌 시장이다.
우리가 MP3플레이어 시장 장악을 쾌거라며 반기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메이저기업들이 각축을 벌이는 시장에서 우리 중소·벤처기업이 서서히 주도권을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이유는 휴대형 디지털가전 분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교두보 확보라는 측면에서 MP3플레이어 시장선점은 커다란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통신 및 멀티미디어 기능이 결합되는 등 MP3플레이어가 차세대 휴대형 디지털가전으로 발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시장의 선점이 디지털가전 시장에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국내 중소·벤처기업들이 지금처럼 50% 안팎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해간다면 우리의 전자제품 수출 증대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수출시장 선점도 중요하지만 지나친 가격경쟁 등은 자제해야 한다. 200여개 업체들이 제살깎기식 가격경쟁을 벌이면서 시장주도권을 해외 업체에 빼앗긴 지난 99년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 저임금과 발빠른 시장적응력으로 무장한 중국과 대만 업체들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는 퓨전형 제품 개발도 시급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OEM 위주인 기존 수출 방식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OEM 위주의 수출로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시장 장악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 지금부터라도 자가 브랜드 정착에 주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