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iztoday.com=본지특약】 CD음악의 복제를 차단하려는 음반사들의 꿈은 한마디로 불가능에 가깝다. 웬만한 녹음장비만 있으면 음악복제는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음악 무단복제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아예 음악을 듣지 못하게 하는 것뿐이다. 그러나 음악을 들을 수 없는 CD를 구입할 사람은 없다.
음악복제를 둘러싼 논란은 냅스터(napster.com)의 급부상과 함께 시작됐다. 지난 90년대 대학가와 첨단기술 마니아를 중심으로 무료 음악파일 교환 사이트인 냅스터를 이용한 압축 음악파일의 교환이 열풍을 타기 시작했고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파악한 음반업체들은 소송을 제기, 결국 냅스터를 폐쇄하도록 만들었다.
냅스터가 사실상 사망에 이르자 음반사들은 한술 더 떠 개인이 소유한 CD에서 노래를 복사할 수 있는 횟수를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그러나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음반업체들은 역설적이게도 마이크로폰의 세계를 점차 잊고 있다.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모든 소리는 마이크로폰으로 녹음이 가능하다.
음악을 복사하는 데는 성능이 뛰어난 마이크로폰이 필요 없다. 올해초 출시된 ‘아코스 주크박스 HD-MP3 리코더’가 좋은 예다. 이 녹음기는 거의 모든 복제차단장치를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제품 때문에 로스앤젤레스의 대형 음반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아코스 주크박스 HD-MP3 리코더는 내장 하드디스크를 이용해 음악을 들려주는 고성능 디지털 음악재생기로 대당 가격은 300달러 수준이다.
이 제품은 오디오를 MP3파일로 녹음하는 과정을 지원하는 ‘아날로그 인’ 마이크로폰 포트를 지니고 있다. 바로 이 포트가 대형 음반업체들을 놀라 넘어가게 만드는 복병이다.
음반업체들은 아직 아날로그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들의 관심은 현재 디지털음악의 무단복제를 막는 데 집중돼 있다.
CD에서 음악파일을 복사해 하드디스크로 옮기는 작업은 CDRW가 장착된 PC만 있으면 간단히 해치울 수 있다. 그러나 음악을 복제하는 사람들이 완벽한 복제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대개의 경우 듣는 데 문제만 없으면 된다.
CD에서 수록곡을 복사하는 작업을 ‘찢기(rip)’라 표현하는데 이 과정에서 원본인 AIFF 파일과 거의 동일한 음질을 유지하면서도 AIFF 파일에 비해 10% 정도의 공간밖에 차지하지 않는 MP3파일로 전환되는 것이 통상적이다. 이 점 때문에 MP3 음악파일은 휴대형 뮤직플레이어에 저장하기도 좋고 인터넷을 통해 교환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음반업계는 디지털에서 디지털로 음악을 복사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니고 있다. 다시 말해 이른바 ‘CD 찢기’를 봉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디지털-아날로그-디지털로 이어지는 복제과정을 막기는 어렵다. 아날로그 녹음과 재녹음은 디지털에 비해 복잡하다. 디지털 포맷은 음악정보를 0과 1이라는 질서정연한 형태의 데이터 파일로 저장하나 아날로그 포맷은 광범위한 영역의 오디오 정보를 녹음하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음악파일로 녹음된 것을 다시 녹음하면 음질이 떨어지는 현상은 불가피하다. 녹음된 테이프에 다시 녹음하는 80년대의 더빙 카세트가 바로 그렇다.
그러나 디지털음악은 그 자체로는 들을 수 없다.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디지털신호를 다시 아날로그신호로 바꿔야 한다. 소리를 사람에게 전달하는 스피커나 헤드폰이 아날로그 장치기 때문이다.
소리는 스피커나 헤드폰에서 흘러나오는 순간 아날로그 영역에 속한다. 일단 아날로그 영역에 속한 소리는 가청권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녹음할 수 있다. 공연장에서 불법CD를 만들거나 영화관에서 불법 비디오를 찍어오는 것은 모두 아날로그-디지털 녹음에 해당한다.
아코스 주크박스 HD-MP3 리코더의 작동방식도 바로 이와 비슷하다. 코드를 CD플레이어의 ‘아날로그 아웃’ 헤드폰 잭에 꽂고 다른 한 쪽을 주크박스 리코더의 ‘아날로그 인’ 마이크로폰 포트에 꽂으면 모든 복제차단 장치를 피해가며 근사한 음악파일을 잡아낼 수 있다.
더구나 아코 플레이어는 자동으로 음악을 MP3파일로 재전환해주기 때문에 CD를 굽거나 인터넷으로 음악파일을 교환하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음반업체들은 이를 차단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다. 디지털-아날로그-디지털 방식의 음악복제에는 몇가지 결점이 있다. 디지털 포맷이라는 특성 때문에 가수나 노래에 대한 정보가 날아가 버린다. 따라서 오디오 테이프로 음악을 녹음할 때와 마찬가지로 제때 녹음을 시작하고 끝낼 수 있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이 정도의 불편은 기나긴 겨울을 음반업계의 무단복제 차단용 암호화 기술을 해킹하며 시간을 보내는 노르웨이의 프로그래머들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브라이언리기자 brianlee@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