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해외에 출장을 가도 노트북 컴퓨터만 있으면 회사 컴퓨터에 연결해 각종 자료(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 특히 미국에는 공항과 호텔 등 공공장소는 물론 스타벅스 등 커피숍 체인점에까지 무선 LAN(근거리통신망)을 설치해 두고 있기 때문에 무선데이터통신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또 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24시간 동안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2.5세대(G) 휴대폰 서비스도 최근 미국에서 속속 등장, 인기를 끌고 있다. 앞으로 2, 3년 더 지나 동영상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3G 서비스까지 가세하면 휴대폰이 무선데이터통신을 이끄는 중심세력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세계적인 시장조사회사 포레스터리서치(http://www.forrester.com)와 공동 기획하는 ‘EC커런트’ 의 이번주 주제는 미국 통신 및 정보기술(IT) 관련 업계에서 차세대 황금어장으로 인식되고 있는 무선데이터통신 시장의 주요 특징과 업체별 성공전략 등을 살펴본다.편집자주
‘무선데이터 시장을 잡아라’
AT&T와이어리스(http://www.attws.com) 등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는 물론 웨이포트(http://www.wayport.com) 등 무선 LAN(근거리통신망) 업체들까지 차세대 황금어장으로 떠오르는 무선데이터통신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최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신기술도 최근 쏟아져 나오고 있다. 먼저 휴대폰을 보면 멀티미디어 메시지와 사진 등을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는 AT&T의 GPRS 등 2.5세대(G) 서비스가 최근 미국에서 속속 선보이자마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일본의 NTT도코모(http://www.nttdocomo.com)는 지난달부터 동영상을 제공하는 3G 서비스(FORM)까지 제공하고 있다.
또 무선 LAN 분야에서는 1초에 1100만비트의 데이터(11Mbps)를 전송할 수 있는 802.11b 기술이 이미 상용화된 데 이어 802.11g(22Mbps), 802.11a(54Mbps) 등 신기술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 밖에 블루투스 기술을 채택한 노트북 컴퓨터와 프린터간 데이터를 주고받는 제품이 최근 첫 선을 보인 것을 비롯해 인공위성 및 고정선 통신기술을 응용한 무선데이터통신 제품도 최근 하나둘씩 선보이고 있다. 그림 1
이러한 신기술들이 앞으로 우리 일상생활에 미칠 영향은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최근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확인할 수 있는 몇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얼마 전까지 공항을 가보면 출장을 가는 회사의 영업부 직원들이 공중전화 박스에서 파워포인트로 작성된 자료를 내려받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기존 전화선(다이얼 업 모뎀)을 이용해 데이터를 내려받는 것은 전송속도가 느려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들은 이제 한 달에 약 60달러를 내면 공항이나 호텔에 설치된 고속 무선LAN으로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거의 무제한으로 내려받을 수 있다. 또 한 달에 10달러만 내면 휴대폰으로 1메가바이트 정도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도 무선 데이터통신을 이용하는 인구가 최근 미국에서 급증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AT&T와 버라이존 와이어리스 등이 제공하는 GPRS 서비스를 이용해 인터넷 검색과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일반인들의 무선 LAN 접속도 최근 급증하고 있다. 야구광들은 요즈음과 같이 월드시리즈(야구) 경기가 열리는 기간에는 동네 스타벅스 커피숍에 들러 무선 LAN카드가 달린 노트북컴퓨터로 ESPN(http://www.espn.com) 웹사이트를 찾아 야구경기의 주요 장면을 검색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 미국에서 황금어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무선데이터통신시장을 공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를 위해 무선데이터통신시장의 주요 특징과 이통 및 무선 LAN 등 업체별 성공전략 등을 살펴본다.
이동통신과 무선 LAN은 각각 데이터의 처리속도와 도달 거리, 이동성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먼저 데이터 처리속도만 보면 무선 LAN이 앞으로도 이동통신을 압도할 전망이다. AT&T가 최근 선보인 GPRS 서비스가 1초에 약 2만비트(20Kbps)의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또 스프린트PCS가 오는 2003년 선보이는 CDMA2000도 정보 처리속도는 약 70Kbps에 머무를 전망이다.
이에 비해 무선 LAN은 이미 상용화된 802.11b 기술은 1초에 무려 1100만비트의 데이터(11Mbps)를 전송할 수 있다. 또 올해 말 또는 내년까지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802.11g와 802.11a 등 차세대 기술의 속도는 각각 22Mbps와 54Mbps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무선 LAN의 아킬레스건은 아직 사무실과 공항, 호텔 등 제한된 장소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에 비해 전세계 어느 곳에 있더라도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휴대폰의 뛰어난 활약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데이터 통신용 단말기 보급상황을 보면 무선 LAN과 휴대폰의 우열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포레스터리서치는 오는 2005년 무선 LAN에 접속하는 총 1400만대 단말기 중에 약 80%(1200만대)를 노트북 컴퓨터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음성 및 데이터를 동시에 지원하는 차세대 이동통신망에 연결, 무선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노트북 컴퓨터도 오는 2005년 약 55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이러한 성적도 휴대폰과 비교하면 초라해진다. 미국에서 데이터 통신을 할 수 있는 휴대폰이 올해 700만대에서 매년 약 2배씩 늘어나 오는 2005년에는 무려 1억3000여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그림 2·표1 참조
이러한 몇가지 통계만 비교하더라도 가까운 장래에 휴대폰이 노트북 컴퓨터를 따돌리고 무선데이터통신을 주도하는 핵심세력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데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면 차세대 황금어장 미국의 무선데이터통신 시장을 이동통신업체들이 독차지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대해 포레스터리서치의 찰스 골빈 분석가는 “이통업체 혼자 힘으로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이통 업체들이 무선 LAN을 비롯한 기존 데이터통신 관련 업체들과 공동 전선을 펼 때에만 비로소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이동통신 업체들이 중심이 되어 지금까지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하던 이동통신망과 무선 LAN, 블루투스까지 연결해 하나의 정보고속도로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를 자세하게 들어 보자.
먼저 미국의 이통 업체들은 3G에서도 유럽의 GSM에 기반을 둔 UMTS와 미국의 퀄컴이 개발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을 계승한 CDMA2000 진영으로 나뉘어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이들 중에 스프린트와 버라이존이 주축이 된 CDMA2000 진영이 3G 서비스를 먼저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UMTS를 채택하고 있는 AT&T와 싱귤러는 3G 서비스에 필요한 주파수를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그러나 UMTS는 유럽업체들이 대부분 채택하고 있는 등 세계적인 표준에 한 발 더 다가서 있다.
미국 이통 업체들은 3G 시장을 나눠가져야 하는 상황에서 회사별로 3G 통신망 구축에는 엄청난 자금을 쏟아부어야 하는 이중고를 겪을 전망이다. 스프린트와 버라이존이 현재 통신망을 개·보수하는 데에만 각각 2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고, AT&T의 경우 GPRS와 EDGE 통신망을 새로 구축하는 데 앞으로 3년 동안 무려 150억달러를 쏟아부어야 할 형편이다.
이에 따라 미국 이통 업체들은 무선 LAN 등 기존 데이터통신 업체들과 시설을 공유함으로써 대규모 초기투자에 따른 위험부담을 줄이고 투자효율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업체별 대응전략
△이동통신사업자:스프린트와 버라이존 와이어리스 등 CDMA 진영의 이통 사업자들은 기존 주파수를 사용해 2.5세대(G) 등 무선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가지로 유리한 상황이다. 여기에 모바일스타 등 무선 LAN 업체들과 힘을 합치면 초기에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거대 통신업체들이 경직된 경영방식 때문에 벤처기업과 협력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이 점에서는 상대적으로 몸집이 가벼운 보이스스트림이 더 유리할 수 있다. 최근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 회사의 무선데이터통신 정책을 벤치마킹해 볼 필요가 있다.
△무선 LAN 사업자:이동통신 업체를 경쟁자로 인식하는 대신 ‘미래의 투자자(future financiers)’ 또는 ‘(최악의 경우) 회사가 부도났을 때에도 (선량한) 채권자(bankruptcy creditors)’로 마지막 버팀목 역할을 해줄 동반자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바일스타와 웨이포트는 각각 싱귤러와 AT&T 와이어리스 등과 제휴를 통해 무선데이터통신을 사용하는 가입자를 크게 늘릴 수 있다. 특히 싱귤러는 실리콘밸리 및 시애틀 지역에서 정보기술(IT) 등 하이테크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가입자를 많이 확보하고 있고 또 AT&T도 출장을 자주 가는 가입자들의 비중이 다른 이통 업체들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점에서 전략적 제휴 대상으로 큰 인기를 끌 전망이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