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시 벤처투자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청은 매년 1조원 이상의 벤처투자재원을 조성, 중소·벤처기업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번 벤처투자정책에 대해서는 보는 이에 따라 많은 시각차가 있을 수 있겠다. 먼저 이번 정책은 벤처기업을 하는 사람이나 시작하려는 사람에게는 매우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다. 벤처기업을 하면서 기술 못지않게 확보하기 어려운 것이 자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 정책으로 벤처기업에 도움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경기까지 활성화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 정부의 벤처에 대한 지원은 그동안 재벌 위주의 우리 경제구조가 갖는 단점을 극복하고 세계적인 신산업의 등장 추세에 맞춘 것으로서 한때 경기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한 바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최근 들어 경기침체가 지속돼 언제 경기가 회복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경기활성화는 시급한 과제로 보인다.
투자는 내수진작이나 수출과 함께 경기를 활성화할 수 있는 주요 수단이다. 그래서 정부는 수출확대와 내수진작에 나서고 있지만 경기부양 효과를 크게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민간부문의 투자 심리도 크게 위축돼 대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로서는 정책자금이라도 풀어서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국내총생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던 정보기술(IT) 분야나 신산업에 투자하는 것은 시대적으로 봐도 나쁘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중소기업청 주도로 보건복지부·정보통신부·과기부·문화관광부·산업자원부·농림부 등 여러 부처가 벤처투자지원에 나선 듯하다.
중요한 것은 투자의 효율성이다.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더라도 그것이 경기회복에 효과가 없다거나 또 산업육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차라리 하지 않음만 못하다. 정부의 기금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것이니만큼 정부가 투자한 자금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고, 또 그것이 생산적이지 못하면 결국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만 낭비하는 것과 같다.
특히 벤처기업의 특성상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정부가 대규모 자금을 수년간 벤처에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효율적이지도 못하다.
그것보다는 벤처기업 스스로 경쟁해 자생력을 갖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외국의 경우도 특정분야의 기술육성이 필요할 경우 그 분야 벤처기업에 대해 정부 산하단체 등이 무상으로 자금을 지원한다. 자금지원 전에 엄격한 심사는 필수다. 그렇게 되면 벤처기업은 자격을 갖추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그 과정에서 자생력을 갖춰 나가게 된다.
우리 정부도 이제는 적어도 자금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는 벤처기업을 엄선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같은 제도 개선 없이 구분하지 않고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그야말로 매년 조 단위의 돈을 낭비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것은 한편으로 벤처기업의 자생력이나 경쟁력뿐 아니라 국력 약화를 초래하는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