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의미에서든 그렇지 않은 의미에서든 최근 선보인 윈도XP는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세계 IT언론들은 윈도XP 출시가 IT산업 구도를 MS측과 반대측으로 양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업체들은 윈도XP 이후 MS로부터 자기 편에 서거나 아니면 적이 되기를 강요받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기존 MS의 운용체계(OS)들이 데스크톱 시장을 겨냥한 제품이었다면 윈도XP는 ‘인터넷시장까지 아우른다’는 전략의 산물이어서 PC업체들뿐 아니라 인터넷 업체들까지 MS의 사정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강자를 따라가지 않은 업체들이 돋보인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경우 MS에 대한 적대적 의사를 공공연하게 밝혔다. 스콧 맥닐리 CEO는 공개적인 자리에서조차 MS의 닷넷(.net)전략을 바보같은 짓을 의미하는 ‘닷넛(.nut)’이라고 비아냥거린다.
데스크톱 분야에서 꼭 MS에 반대한 경우는 아니지만 리눅스도 눈에 띈다. 당초 계란으로 바위치기에 불과하다고 평가받던 리눅스도 약진을 거듭, 반MS 움직임 중에서는 기록될 만한 사례가 됐다.
인터넷 분야에서 대표적으로 MS반대 진영에 선 업체는 AOL을 들 수 있다. 타임워너와 합친 AOL은 누가 뭐래도 인터넷 및 미디어 분야 최대 업체. 한때 MS와 밀월관계를 갖기도 했지만 AOL은 인스턴트 메신저 소프트웨어를 비롯해 브라우저 등 온라인 서비스 분야에서 MS와 대치하고 있다. 윈도독점 시비가 일 당시, MS는 AOL에 대해 정부측에 자신들을 반대하는 로비를 하지 말아줄 것을 간곡하게 요구한 적도 있을 정도의 강자가 바로 AOL이다.
이들이 MS에 대해 제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배경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크게 보면 압도적인 시장지배력과 기술이다.
국내에도 기술과 시장지배력을 가진 업체들은 많다. 간간이 MS에 반대해왔고 최근 들어 비로소 자기 목소리를 내는 업체가 등장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목전의 이해득실을 따지기에만 바빴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소비자들도 생각이 있다. 상대가 MS든 아니든, ‘한번 해보겠다’는 도전의식은 뇌리에 깊이 박힌다. 이런 패기는 성공한 마케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경기침체라고 모두가 팔짱만 끼고 과천 정부청사만 바라보고 있는 요즘, 미국 정부와 밀월로 한층 더 잘 나가게 될 MS를 보면서 한국의 선, 한국의 토발스 출현을 꿈꾸는 것은 한낱 백일몽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국제부·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