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렛패커드(HP)와 컴팩컴퓨터의 합병이 큰 암초를 만났다.
7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HP의 창업자인 고 윌리엄 휴렛의 가족들은 이사회에서 양사의 합병을 거부할 방침이라고 공식 밝혔다.
고 윌리엄 휴렛의 세자녀(월터 휴렛·엘리너 휴렛 기몬·매리 휴렛 재프)와 윌리엄&플로라 휴렛재단은 HP의 총 주식 중 약 5%인 1억주 정도를 가지고 있어 앞으로의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HP 이사회 임원이자 윌리엄&플로라 휴렛재단 회장인 월터 휴렛은 이날 “측근의 경제전문가들과 충분히 검토한 결과, 또 그동안의 합병과정을 지켜본 결과 양사의 합병을 이사회에서 반대하기로 했다”고 밝히며 “HP는 독자적으로도 위대한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회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그동안 합병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칼리 피오리나 HP 회장의 거취가 주목받게 됐다.
월터는 합병 반대 이유로 △수익성이 낮고 성장전망성도 없는 PC시장의 입지만 확대 △대신 현 효자품목인 프린터와 이미징 사업의 이익을 잠식 △컴팩의 서비스사업은 경쟁력 있는 아웃소싱과 컨설팅보다는 경쟁력 없는 지원 부문에 치우쳐 있음 △합병으로 인한 경영의 불확실성은 고객의 이탈 야기 △문화가 다른 두 기업 통합의 어려움 등 들었다.
그는 로이터와의 회견에서 절대적이라는 말까지 써가면서 “컴팩이 HP에 맞는 파트너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휴렛가의 이번 합병 반대 표명으로 합병을 적극 주창해온 칼리 피오리나 회장의 위상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보고 있는데 월터는 피오리나 회장의 거취에 대해서는 언급하기를 거부했다.
6일(현지시각) 현재 HP와 컴팩의 주식가치는 212억달러로 지난 9월초의 합병 발표 당시인 250억달러보다 38억달러 정도 줄어들었다.
한편 이보다 앞서 HP와 컴팩의 주식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대형투자가 매트릭스 애셋어드바이저도 양사 이사회에 합병을 취소하라는 서한을 보낸 바 있다. 매트릭스의 최고투자임원 데이비드 캐츠는 “이번 휴렛가의 발표는 다른 주주들에게도 (합병을 반대하는) 문을 열어 놓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