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펜이 조만간 등장할 전망이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에이노토, 인모션, OTM, 디지털잉크, LCI 등 다양한 업체가 수기 입력을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시켜주는 디지털 펜을 개발중이며 내년 초에 잇따라 내놓을 계획이다.
이들이 디지털 펜 개발에 적극적인 것은 IT 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MS가 내년에 내놓을 테블릿 PC가 디지털 펜 등을 이용한 수기 입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펜 업체들은 펜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이를 전자신호로 구현하기 위해 적외선 센서, 특수용지, 레이저 등 다양한 기술을 동원하고 있다.
인모션의 ‘e펜’은 적외선과 초음파 신호를 사용해 펜의 움직임을 추적하며 이렇게 추적한 신호를 성냥갑 크기의 수신기로 보낸다. 이 펜의 가격은 150달러 안팎에 책정될 전망이다.
디지털잉크의 ‘n스크라이브’는 펜 캡 부분에 설치한 2개의 센서가 e펜과 비슷한 방식으로 적외선 신호를 받아들인다. 또한 캡 부분에는 1MB 용량의 수기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메모리가 내장됐다. e펜과 n스크라이브 모두 종이에 필기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에이노토의 펜은 펜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데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점이 찍힌 전용 용지를 사용한다. 사용자는 전자우편 주소를 전용용지 전자우편 주소 쓰는 곳에 써넣으면 작성한 메모를 바로 전자우편으로 전송할 수 있어 편리하다. 이 펜은 에릭슨의 블루투스 모바일 장비를 이용한 채팅 서비스인 챗펜에 채택돼 내년초에 서비스와 함께 선보이게 된다.
OTM테크놀로지스의 ‘V펜’은 별도의 수신기나 특수용지 등을 사용하지 않으며 레이저 기술과 도플러 효과를 이용해 3차원의 움직임을 추적한다. 특히 종이는 물론 컴퓨터 화면, 심지어는 피부에 이르기까지 빛을 반사하는 어떠한 표면을 이용해서도 필기가 가능하다. 이 회사는 최근 로마에서 개최된 유럽기술원탁전시회(ETRE)에서 이 제품의 프로토타입을 선보였다. 이 회사의 CEO인 질래드 레더러는 “V펜은 메뉴 조작, PC게임, 모바일 디바이스 등에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LCI의 ‘스마트펜’은 필기 사인을 디지털 데이터로 전송할 수 있으며 물류, 문서관리, 온라인 구매 등의 니치 시장을 겨냥해 설계됐다.
이처럼 다양한 업체들이 디지털 펜을 준비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일부 전문가들은 디지털 펜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가트너의 최고분석가인 아담 다움은 “디지털 펜은 다양한 응용분야가 있지만 그중 어느 것도 사용자를 강제할 만큼 충격적인 것은 아니다”며 “디지털 펜은 니치 제품이나 호사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조사기업, 배달트럭 운전수 등의 양식작성 업무를 대표적인 디지털 펜의 용도로 꼽았다.
그러나 다움 분석가는 한달에 수십억개의 메시지를 주고받는 10대들이 문자 대신 그림을 교환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블루투스와 같이 EMS가 가능한 이동전화 단말기가 보급되는 몇년후에나 단문서비스(SMS)가 디지털 펜의 사용을 확산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