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8군 영내 국제전화선불카드 및 초고속인터넷서비스 사업권을 놓고 국내 5개 기간·별정통신사업자들이 사업권 수주전에 뒤엉키면서 제살깎기식 경쟁을 전개해 미군측만 배를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당초 두루넷·SK텔링크·삼성랜탈 등 3사가 수주경쟁을 벌이던 상황에 최근 하나로통신·한국통신진흥까지 가세해 조만간 판가름날 최종사업자 선정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이전투구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수주경쟁은 미8군 소속 군인 및 가족, 군속 등을 대상으로 국제전화선불카드를 판매하고 우리의 PC방과 같은 개념의 인터넷휴게실을 만들어 초고속인터넷 및 관련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전담사업권을 따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미군대상 국제전화선불카드의 마진이 일반 국제전화 선불카드와 마찬가지로 그다지 높지 않고 더구나 초고속인터넷서비스는 수익보다 투자 의미를 더 크게 내포하고 있어 우리나라 사업자끼리 출혈적인 경쟁을 벌일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사업권 획득에 나선 5개 사업자들이 제각기 ‘우선 따고보자식’으로 덤비면서 전체적으로는 미8군측과 개별 업체간 협상력만 떨어뜨리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수주경쟁에 나선 한 업체 관계자는 “덩치가 크고 대량 잠재수요를 가진 점이 인정되더라도 국내업체끼리 싸워 같이 손해보는 꼴이 빚어지고 있다”며 “최종사업자가 선정되더라도 향후사업에 별로 유리한 조건이 아닌 쪽으로 낙착될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체 직원도 “미8군측이 협상일정을 끌면서 각 업체들의 조건을 깎아내리려 하는 인상이 짙다”며 “최악의 경우에는 도중하차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업권 레이스에 나선 5개 사업자들은 미8군에서 발생하는 국제전화 트래픽이 여전히 많고, 특히 초고속인터넷서비스와 관련한 사업에는 상징적의 의미가 커 놓칠 수 없는 한판승부라는 인식을 강하게 갖고 있다.
1, 2주 안에 최종 선택이 내려질 예정이지만 수주경쟁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한국 사업자들의 출혈경쟁은 앞으로의 외국대상 사업권 수주건에 좋지 않은 선례로 작용할 뿐더러 최종선택 사업자에게도 적지 않은 사업부담감을 안겨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