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간 상호접속료 문제에 이어 번호이동성 문제가 이동통신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011·016·017·018·019 등 이동전화 식별번호에 상관없이 소비자들이 이동전화사업자들의 통신망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번호이동성’ 실시 여부가 다음달 중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동전화사업자들은 번호이동성 실시 여부가 자사 수익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놓고 다각도로 검토중이다.
◇추진 현황=정보통신부는 유선전화의 경우 오는 2003년부터 번호이동성을 시행하기로 지난해말 결정한 데 이어 이동전화간 번호이동성 허용 여부도 올해말까지 확정할 계획이다.
정통부는 현재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학계 등 전문가들과 사업자들의 의견을 수렴중이며 다음달 전문가 토론회 등을 거쳐 최종 방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가입자에는 유리, 사업자 입장은 제각각=번호이동성이 도입되면 소비자에게는 사업자 선택권이 주어진다.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강화되면 이동전화사업자들은 가입자 유치를 위해 통화품질 향상을 위한 망 고도화에 나서게 될 뿐 아니라 다양한 부가서비스, 요금 상품 개발 등 기존 가입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돼 소비자 편익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사업자들은 번호이동성 도입에 대해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인다. KTF와 KT아이컴은 번호이동성 도입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반면 SK텔레콤과 LG텔레콤은 제한적인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기도입 필요=KTF(대표 이용경)와 KT아이콤(대표 조영주)은 번호이동성 제도가 자사에는 유리할 것으로 보고 조기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KTF는 2세대간 번호이동성이 실시되면 SK텔레콤 등의 우량 가입자들이 자사로 이동해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TF 관계자는 “KTF의 경우 SK텔레콤 등 셀룰러 사업자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있으며 최근 브랜드 인지도도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어 번호이동성이 도입되면 타 사업자의 식별 번호를 사용하던 우량 가입자들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T아이컴도 IMT2000 서비스 실시 이전에 2, 3세대간 번호이동성이 실시되면 2, 3세대간 세대교체가 자연스럽게 이뤄져 차세대 통신이 조속히 정착될 것으로 보고 있다.
◇3세대에서만 허용해야=SK텔레콤(대표 표문수)은 3세대 통신부터 번호이동성이 도입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은 사업자별 식별번호체계로 운영되고 있는 국내 상황에서 번호이동성이 실시되면 사업자별 이미지에 혼란을 가져올 뿐 아니라 서비스 문제시 책임소재가 모호해지는 등 관리에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고 주장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3세대 통신에 있어서도 또다른 식별번호인 010이 부여될 경우 국내 이동전화 시장은 6개의 식별번호가 등장, 혼란이 예상된다”며 “번호이동성 도입은 3세대 사이에만 우선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제한적 번호이동성만 필요=LG텔레콤(대표 남용)은 타사업자에서 LG텔레콤으로 이동만 가능한 이른바 ‘제한적 번호이동성’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는 LG텔레콤의 통신망이 경쟁사에 비해 뒤처지고 브랜드 인지도마저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완전한 번호이동성이 도입되면 가입자들의 이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LG텔레콤 관계자는 “3세대 통신이 시작되면 IMT2000 식별 번호에 현재 사용중인 019 브랜드를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2, 3세대간 제한적 번호이동성에 대해서만 검토중”이라며 “완전한 번호이동성은 후발사업자들의 경쟁력 확보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