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씁쓸한 생명공학세미나

 지난 13일 오후 경북대학교 전자계산소에서는 대구에서 좀처럼 접하기 힘든 세미나가 열렸다.

 지난 2월 인간유전자지도를 세계 최초로 발표해 충격을 던져준 세계적인 생명공학기업 셀레라 지노믹스사의 리처드 러셔 부사장(아시아태평양지역 담당이사)이 셀레라의 유전체 연구와 사업에 대해 발표하는 자리였다.

 이날 행사는 그러나 국제세미나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초라하게 막을 내려야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전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생명공학, 그것도 이 분야의 세계적인 기업 부사장이 직접 발표하는 세미나에는 급조한 행사의 흔적들이 역력했다.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에 ‘셀레라’를 ‘셀레나’로 쓴 것, 그리고 기조연설을 한 인사가 다시 업체 이름을 처음부터 끝까지 ‘셀레스’라고 한 것 등은 작은 실수라고 치자.

 대구바이오벤처협회 손우익 회장의 사회와 리처드 부사장의 발표 등 처음부터 영어로 시작된 세미나에는 참석자를 배려한 동시통역서비스가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생명공학에 관심을 갖고 참석한 이들에게 적지않은 실망감을 안겨줬다.

 특히 참석자가 적을 것을 우려해 동원된 듯한 수의학과 학생들이 전체 세미나장의 절반을 차지한 가운데 행사가 진행돼 지역 바이오산업 활성화라는 행사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행사 장소를 애초에 경북대 대강당에서 하려다가 다시 대구테크노파크로 수정했고 행사 전날 다시 경북대 전자계산소로 장소를 갑자기 변경하는 해프닝을 빚었다. 대구세미나에 대한 주최측의 무성의라고밖에 볼 수 없다.

 셀레라 회장의 경우 회사 규정상 해외에 갈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그 업체의 부사장이 대구를 방문한 것은 대구지역 생명공학분야 전문가는 물론 바이오 벤처기업에 일대 사건임에 틀림없다.

 당초 이번 국제생명공학세미나는 서울 다음에 대전에서 열기로 했었다는 후문이다. 그러다 행사를 주최한 국내 바이오벤처기업이 고향인 대구에서 개최할 뜻을 비쳤고 대구테크노파크가 행사 주관기관으로 참여하면서 장소가 바뀌게 된 것.

 하여튼 우여곡절 끝에 치러진 이번 대구 국제생명공학세미나는 결국 지역 대학의 교수나 전문가가 단 한명도 발표하지 않은 세미나 아닌 세미나로 막을 내렸다. 대구에서 보기 드문 귀중한 국제세미나가 행사를 준비하는 주최측의 무성의와 행사준비 부실로 대학교 2시간짜리 강의가 돼 버리고만 셈이다. 

 <대구=과학기술부·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