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대학 입시철이 돌아왔다. 수능시험은 끝났지만 진짜 전쟁은 이제부터다. 특히 올해는 수능점수가 50점 정도 하락할 것이라고 하니 그 어느해보다 치열한 눈치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원서 접수창구가 아수라장으로 변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러한 눈치경쟁에 뛰어들어야 하는 것은 과학고등학교생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이들은 특수목적고인 과학고에 다니고 있지만 일반고 학생과 똑같이 수능을 치르고 원서를 내야 한다. 때문에 과학고 학생은 과학고 설립의 당초 취지와 달리 입시에 목을 매달고 있다.
과학고의 설립취지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 과학수재를 육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과학고 학생도 예외없이 수능을 치러야 하고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명문대에 진학했느냐로 과학고의 서열이 매겨지다 보니 이러한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이름만 과학고일 뿐 교과내용은 일반고처럼 입시위주의 교육이 이루어지는 과학고등학교에 학생들이 미련을 둘 리 없다. 지난해 전국 16개 과학고의 자퇴생수가 무려 435명에 이른다는 것은 이러한 현실의 방증이다.
정부는 이러한 과학고등학교의 문제점을 깊이 인식하고 기존 과학고등학교와는 다른 과학영재학교를 설립키로 하고 부산과학고등학교를 첫번째 영재학교로 지정했다.
정부가 밝힌 바로는 과학영재학교는 대학입시와는 무관하게 기존 교육의 틀을 완전히 깨는 맞춤식 교육운영으로 과학영재 교육의 정상화를 견인할 것이라고 한다. 지난 14일 부산과학고등학교를 과학영재학교로 전환하기 위한 협약식에는 많은 인사들이 참여, 과학영재교에 쏠리는 관심을 여실히 보여줬다.
물론 과학영재교가 기존 과학고등학교의 문제를 일거에 해소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하지만 과학영재교가 과학고가 본래의 제자리로 찾아가는 데 초석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더불어 과학영재교가 미래의 노벨상에 도전하는 세계적인 과학자를 배출할 수 있는 요람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과학기술부·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