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특소세 재정비해야

 정부가 다음달부터 특별소비세를 내리기로 방침을 정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우리 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바람직한 선택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수출부진과 미국 테러사건의 여파로 침체된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극도로 얼어붙은 소비구매심리를 자극해 내수를 활성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로 에어컨과 프로젝션TV·PDP-TV 등의 특소세가 10∼20% 낮아진다고 한다. 국내 기업들이 수출감소에다 내수부진까지 겹쳐 경영난이 최악인 점을 감안할 때 정부의 이번 인하조치는 적절하다.

 그동안 가전업계는 기회있을 때마다 특소세 인하를 정부에 강력히 건의해왔다. 그것은 국민의 생활 수준이 예전에 비해 크게 향상돼 특소세 부과 대상품목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가전업계는 특소세 부과가 내수부진과 함께 수출경쟁력 약화의 한 요인이라고 강조해왔다. 이는 일본의 경우 특소세가 없고 대신 낮은 세율의 물품세만 부과해 경쟁력에서 우리가 뒤진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번에 특소세를 내리기로 함에 따라 가전업계는 제품의 경쟁력 강화와 내수경기가 크게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이번 특소세 인하로 경기부양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다음과 같은 정책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이번 정부의 특소세 인하 방침이 발표되자 벌써부터 인하 대상제품의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이유는 소비자들이 구매시기를 특소세 인하 이후로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난 98년 특소세 인하 때 관련 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기 전에 시행시기를 앞당겨 이런 문제점을 해소한 점을 참고해 세율인하 시기를 앞당기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아니면 특소세법 개정안을 빨리 처리해 특소세 인하 전까지 매출이 급감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관련 업계는 이미 출하된 물량에 대해서는 세율을 소급인하해주길 바라고 있다. 그렇게 되면 제품 구입을 미루는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지 않아 소비심리를 회복시키는 데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이번 기회에 특소세 부과품목에 대한 대폭적인 재정비가 필요하다. 국민의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고가사치품에 대한 개념이 과거와 달라진 지 오래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에어컨에 특소세를 부과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고 한다. 가전업계에서는 에어컨을 특소세 부과대상으로 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지난 76년 특별소비세 제정 당시에는 국민 생활수준이나 여건이 TV·냉장고·에어컨 등 가전제품을 고가사치품으로 분류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에어컨 보급률이 40%를 상회해 고가사치품으로 보기 힘든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TV와 냉장고는 고가사치품에서 제외했지만 에어컨은 특소세 부과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에어컨에 대해서는 전력과소비를 막기 위해 특소세를 부과하겠다는 취지지만 지금은 에너지 소비효율도 크게 개선된 상태다. 에어컨에 대한 특소세를 폐지하는 대신 에너지 사용량에 따른 세율 차등부과, 원격제어제품의 보급 유도, 고효율제품 보급 확대 등이 더 현실적인 억제책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