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뉴라운드와 IT

 ◆김기홍(KIET 연구위원·박사) gkim@kiet.re.kr

 

 ‘사막 위의 불안한 만남’

 카타르 도하에서 제4차 각료회의가 개최됐을 때 세계는 회담을 이처럼 매우 걱정스런 눈길로 지켜봤다. 9·11 테러, 아프가니스탄 공격, 이슬람권의 반발, NGO의 반세계화 시위까지 겹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현지 시각으로 11월 14일 오후 7시, WTO가 처음으로 주관하는 새로운 다자간무역협상(뉴라운드)의 출범이 공식 선언됐다. 그 과정이 얼마나 험난했는지는 다자간무역협상을 의미하는 ‘라운드’란 표현 대신 ‘도하 개발 의제(Doha development agenda)’라는 중립적인 표현이 사용된 데서도 알 수 있다.

 새로운 무역협상은 농산물·반덤핑 등 다양한 의제를 포괄하고 있지만 IT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공산품 시장접근에 관한 것이다. 비록 각료선언문에 IT 제품이 명시적으로 포함된 것은 아니지만 IT 제품의 시장접근 문제가 주된 관심사로 등장할 것은 분명하다. IT제품에 관한 한 WTO에서는 ITA I, II를 통해 시장접근 문제를 지속적으로 논의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미 합의된 IT 제품의 관세 철폐는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더 빨라질 것이고 IT 제품에 대한 비관세 장벽의 철폐 논의도 보다 활성화될 것이다. 이와 관련 ITA 위원회는 2000년 11월 IT 제품의 비관세장벽 철폐를 논의하기 위하여 3단계의 작업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2001년 3월까지 IT 제품의 무역에 영향을 미치는 비관세장벽 목록을 작성하고(제1단계), 이들 조치가 경제발전과 무역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한 뒤(제2단계), 최종적으로 2001년 11월 1단계와 2단계를 종합적으로 논의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므로 도하에서의 새로운 다자간 무역협상은 IT 제품의 비관세장벽 철폐 논의를 더 활성화시킬 것이다.

 특기할 것은 이번 각료회의에서 중국과 대만의 WTO가입이 확정됨으로써 이들 국가를 대상으로 한 IT 제품의 무역문제는 더 큰 쟁점으로 부각될 것이다. 중국과 대만은 ITA 초기에는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 나라에 대한 IT 제품의 수출과 수입은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두번째는 전자상거래에 관한 것이다. 각료선언은 제2차 각료회의 이후 계속된 전자상거래에 관한 기존의 검토작업을 계속하고 그 내용을 2년 뒤에 개최되는 제5차 각료회의에 보고하도록 했다. 그리고 이와 함께 현재의 전자상거래에 관한 무관세 관행을 그 때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므로 새로운 다자간 무역협상에서 전자상거래의 국제규범을 위한 협상이 당장 이뤄지지는 않게 됐다. 하지만 서비스무역 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전자상거래 논의는 세부적 분야까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논의의 연기를 그냥 환영할 수만은 없다. 전자상거래에 관한 국제규범은 반드시 제정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2년 동안 세부 쟁점에 대한 우리 입장을 정리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IT와 관련된 마지막 문제는 무역원활화와 관련된 것이다. 각료선언 어디에도 무역원할화를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것은 공산품의 시장접근을 위한 관세문제가 마무리되면 반드시 부각될 것이다. 현재 WTO에서 여기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으며 그 주된 내용은 통관절차와 통관을 위한 각종 서류의 간소화 작업이다. 그래서 이 문제는 서류없는 무역(paperless trade)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 무역절차를 혁명적으로 바꾸게 될 것이다. 우리가 흔히 e트레이드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이 무역원활화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IT 제품의 시장접근 확대, 전자상거래, 무역원활화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 핵심은 바로 전자상거래라고 할 수 있다. e트레이드 역시 전자상거래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협상은 2005년까지 끝나기로 되어 있다. 머뭇거릴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관련 업계와 정부는 바로 지금 당장 모여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