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일본의 `할아버지 청중`

 15일 오후 일본 오사카 인텍스전시장 2층 국제회의실. 200여명의 청중이 참석한 가운데 ‘IT부문에서의 한일협력 방안 모색’을 주제로 한일경제 심포지엄이 열렸다.

 오전에 개막된 코리아슈퍼엑스포의 부대행사로 개최된 이날 심포지엄에서 주최측인 한국 관계자들의 눈을 가장 자극시킨 것은 원색 유니폼의 도우미들이 아닌, 은색 머리의 ‘할아버지 청중’이었다.

 행사 시작 30분전부터 흡사 경로당을 연상시킬 만큼 많은 노인들이 맨 앞줄부터 자리를 채워나갔다. 이날 패널로 나선 오영교 KOTRA 사장은 “IT관련 심포지엄이라 젊은이들이 많이 찾을 것으로 예상했었다”며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문행규 한국통신 일본현지법인 사장은 “이는 일본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라며 “노인들의 정보화마인드는 젊은이들 못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3대째 두부를 만들어 팔고있다는 시라카와 옹(68)은 “손자에게 두부장사도 인터넷을 통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며 시종 진지한 자세로 2시간여의 심포지엄을 끝까지 경청했다.

 일본은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전체인구의 18%를 차지하는 세계 제1의 노인국가다. 하지만 일본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일본의 벤처기업가 중 20%가 60세 이상일 정도로 노인들의 신경제 참여도는 매우 높다.

 ‘할아버지 청중’은 60∼70년대 일본의 고도 성장기를 견인해 온 세대다. 그러나 이들은 이제 더 이상 일본경제를 이끄는 주역은 아니다. 따라서 일본 ‘백발’들의 IT에 대한 이같은 관심은 어쩌면 사회에서 뒤처지는 듯한 느낌을 스스로 극복해 보려는 몸부림 정도로 치부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할아버지 청중’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것은 이들의 이같은 노력들이 지금의 경제 주역들이 백발이 됐을 때 또 다른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려 노력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기자의 눈에 비친 일본의 ‘할아버지 청중’은 이미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우리에게도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오사카=디지털경제부·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