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화 (주)이지씨앤씨 대표 kimyh@egc.co.kr
인터넷방송은 인터넷을 통한 멀티미디어 서비스의 가장 발전된 형태로서 전세계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모뎀을 통한 오디오방송이 주를 이루던 상황에서 뒤늦게 인터넷방송을 시작한 우리나라에서는 세계 제일의 초고속망 보급률을 바탕으로 300Kbps대의 동영상 방송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오히려 다른 선진국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지난 99년부터 시작된 국내의 인터넷방송 설립 붐은 지난해 말까지 1500여개의 방송국이 운영중이라는 보도가 있었고 최근까지도 계속 새로운 인터넷방송국이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초기의 상업 인터넷방송 중심의 설립 붐은 올해 들어서는 공공기관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는데 이는 한편으로는 그만큼 인터넷방송의 저변이 넓어지고 우리 생활 속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정작 초기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상업 인터넷방송국들 가운데 많은 곳이 문을 닫거나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그늘도 안고 있다.
인터넷방송은 지상파TV와 케이블·위성방송 등의 매체들이 따라오기 힘든 몇가지 경쟁우위를 갖고 있다. 우선 첫째로 최소 수천억원 이상의 설립비용이 드는 이들 매체에 비해서 훨씬 적은 비용만으로도 설립이 가능하며 개인 규모의 인터넷방송도 한두 곳이 아니다.
둘째, 인터넷과 결합되어 기존의 그 어느 매체도 따라올 수 없는 양방향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를 이용해 방송 제작과 진행에 시청자들을 직접 참여시키고 전자상거래 등의 수익사업을 벌일 수 있으며 사실 인터넷방송국의 존립 기반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셋째, 시간과 거리 제약이 없다는 점이다. 우리가 직접 시청할 수 있는 TV 채널수에는 제한이 있고 최근의 디지털 위성TV가 100여개의 채널을 자랑한다지만 전세계 인터넷방송의 채널 수는 수천, 수만개에 이르며 앞으로도 거의 무한대의 채널이 생겨날 것이다. 이 많은 방송국들이 규모와 관계 없이 전세계 어디서든 언제나 볼 수 있다는 점은, 법적·기술적 제약 때문에 국지적인 방송밖에 할 수 없는 기존 매체의 방송사들이 오히려 인터넷방송을 겸하려고 시도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시드니 올림픽 때도 인터넷방송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실시간 중계 매체로서 기대를 모았으나 미국 지상파 방송사들의 요구로 IOC가 인터넷방송의 올림픽 중계를 금지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FIFA의 월드컵 중계권판매 대행사가 온라인(인터넷)중계에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짐으로써 2002년 한일 월드컵은 인터넷으로 중계되는 최초의 세계적 이벤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국내 인터넷방송은 침체 상태에 있다. 안정적 수익을 위해서는 더 많은 회원을 확보해야 하지만 회원이 늘어날수록 이들을 수용하기 위해 대역폭을 끝없이 늘려야만 하는 악순환에 발목이 잡혀 있다.
더구나 월드컵 중계는 전세계적으로 동시에 수백만명이 접속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최소한 300Kbps로 중계한다고 하더라도 테라바이트급의 백본망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는 현재 불가능한 인프라이며 CDN 등의 트래픽 분산 솔루션도 월드컵과 같은 실시간 중계 이벤트에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
이같은 문제점 때문에 이미 세계적으로 20여년 전부터 작은 대역폭으로도 다수의 접속자를 수용할 수 있는 멀티캐스트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왔지만 현재 상용화된 멀티캐스트 솔루션들은 대부분 P2P방식이어서 정작 초고속망 접속자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ADSL망에서는(상당수 케이블모뎀 망에서도) 업로드 대역폭의 제한 때문에 네트워크 말단에서 몇명만 접속해도 망 전체가 마비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에게 주어져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현재 세계 주요 선진국들이 한국에 이어 초고속망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다가오는 월드컵의 인터넷 중계는 한국의 인터넷방송이 수십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세계 인터넷방송 콘텐츠 및 솔루션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가를 결정짓는 중요한 무대가 될 것이다.
위기인가, 기회인가. 단지 관련 업계뿐만 아니라 정부와 전국민적 차원에서도 비상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