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iztoday.com=본지특약] ‘실리콘밸리의 닷컴 흥망사를 연극으로 본다.’
새너제이 레퍼토리 극장(sjrep.com)에서 열리고 있는 ‘컨트롤+알트+딜리트(Ctrl+Alt+Delete)’라는 제목의 이색 연극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컴퓨터 작동키를 제목에 쓴 이 연극은 비평가들로부터 “저질 소프트웨어보다 훨씬 수준이 떨어진다”는 혹평을 받고 있다. 이 연극은 그러나 실리콘밸리 닷컴의 흥망사를 그대로 재현해 한때 인터넷 업계를 휩쓸었던 투자 열기만큼이나 일반인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휴지조각이 된 스톡옵션을 안고 절망감에 젖어있는 닷컴업체 직원들이 이 연극을 보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
이 연극은 잘나가던 닷컴에 대한 향수와 함께 벼락부자를 꿈꾸며 정신없이 살았던 닷컴인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연극을 보기 위해 30마일을 운전해 왔다는 한 닷컴업체의 직원은 “내 이야기를 소설보다 잘 보여주고 있다”며 “완전히 그대로”라고 탄성을 질렀다.
이 직원은 “지난 98년부터 지난해까지 26개월간 벤처업체의 자금확보와 홍보업무를 담당하면서 3개 업체의 주식 공모 작업을 벌였다”며 “그러나 단 한건도 성공하지 못한 채 수천달러의 손실만 봤다”고 밝혔다.
떨어지는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두업체는 각각 20대 1과 50대 1의 액면병합을 실시했으며 세번째 업체는 파산보호를 신청했다는 것이다. 연극 중간 중간에 닷컴열기 때 밀려들던 종자돈처럼 폭소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새너제이 시의회의 포레스트 윌리엄스 의원은 “이 연극은 당시 실리콘 밸리의 닷컴업계 상황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극중 인물인 에디 피스커 닷컴 대표는 나스닥 붕괴로 막대한 손실을 본 투자자들에게 뼈아픈 교훈을 들려준다. 피스커 대표는 “나의 투자자 구스 벨몬트는 개발한 제품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주가를 끌어올릴 신제품 발표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다”며 허탈해한다.
벨몬트 투자자는 이에 대해 “자자는 돈버는 게 일이지”라고 대꾸한다.
이 연극 대본을 쓴 작가 앤터니 클래보는 닷컴붕괴 1여년 전부터 닷컴신화 종말에 관한 이야기를 준비해왔다.
새너제이 레퍼토리 극장이 당시 닷컴붐을 다룬 연극을 써줄 것을 의뢰했을 때 그는 이미 이 연극 대본을 집필중이었다.
클래보 작가는 “당시 닷컴붕괴에 앞서 주식시장 하락이 먼저 일어났지만 나는 닷컴실패를 미리 예상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 연극을 관람한 일부 닷컴업계 관계자들은 닷컴의 재기 가능성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새너제이 시의회의 윌리엄 의원은 “실리콘밸리는 여전히 자신의 역사를 만들어가면서 많은 혁신적인 성과를 거뒀으며 현재 새로운 발전을 준비중”이라며 닷컴 희망론을 폈다.
이 연극은 오는 18일까지 예정된 새너제이 레퍼토리 극장 공연에 이어 미시간주립대(msu.edu) 부설 와튼공연예술센터(web.msu.edu/wharton)에서도 무대를 마련한다.
<제이슨임기자 jason@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