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SL과 케이블모뎀 등 초고속 인터넷장비의 가격이 바닥을 모른 채 하락하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고속성장을 거듭해온 국내 초고속 인터넷시장이 최근 포화상태에 진입, 성장세가 크게 둔화되면서 초고속인터넷 장비업체들의 판매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장비가격 하락이 가속화되고 있다.
국내 초고속 인터넷산업의 성장엔진 역할을 해온 ADSL은 불과 1년만에 60% 이상 하락, 회선당 공급가격이 300달러 수준에서 100달러로 이하로 떨어졌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300달러를 웃돌았던 ADSL 가격이 지난 4월 실시된 한국통신의 입찰에서 130달러 아래로 폭락한 데 이어 최근 일본NTT가 실시한 ADSL 입찰에서는 90달러대로 주저앉는 등 가격하락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통신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와 달리 DSLAM과 ADSL모뎀을 분리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최근 있었던 NTT 입찰의 경우 DSLAM에 대해서만 입찰이 실시돼 회선당 가격을 정확히 산출하기는 다소 어려운 점이 있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최근의 모뎀가격을 최대한 반영한다 하더라도 NTT의 장비 도입가격은 회선당 100달러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한국통신은 내년도 ADSL사업을 위해 80만회선 규모의 장비발주를 계획하고 있으나 장비도입 가격은 최근의 가격하락 추세를 반영, 회선당 100달러 아래로 계획하고 있다”고 말해 ADSL 국제입찰가의 경우 100달러선이 깨졌음을 분명히 했다.
ADSL과 함께 국내 초고속 인터넷산업의 성장에 기여해온 케이블모뎀 역시 가격하락세가 계속돼 지난해 170달러를 넘었던 회선당 장비가격이 최근에는 6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케이블모뎀 가격은 올들어 150달러 수준으로 하락한 데 이어 지난 8월 데이콤의 입찰에서 100달러선이 무너졌으며 이달초 실시된 하나로통신의 입찰에서는 60달러대로 내려앉는 등 장비가격이 바닥을 모른 채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초고속 인터넷산업이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초고속 인터넷장비의 생산원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장비가격 하락은 불가피한 일”이라면서도 “최근의 가격하락 추세는 장비업체들의 수익구조를 악화시킬 정도에 이르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또 “이같은 가격하락세를 막기 위해서는 장비업체들이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판로를 확대하고 저가 수주경쟁을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