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IT 빅프로젝트를 만들자

◆남기재 태흥아이에스 부회장 kjnam@tids.co.kr

 미국은 첨단 정보기술(IT) 산업의 활황을 토대로 침체에 빠졌던 자국경제의 재도약을 이뤄냈다.

 우리나라도 이 분야에서 세계 최상을 달리고 있는 부문이 있다.

 초고속 인터넷 가입 가구수가 전체 1400만가구의 50%를 넘는 703만을 넘어서 세계 1위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 선도국인 미국이 10% 수준에 달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도 월등한 수치일 뿐만 아니라 확산기간과 속도를 감안하면 역동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접속시간(access time)도 11시간인 캐나다를 뒤로 하고 16시간으로 세계 최고다.

 증권·인터넷뱅킹 등 금융거래에서도 개인의 사이버 거래건수는 총 거래건수의 80% 수준(금액으로는 37% 수준)에 이르러 역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거래건수별로 보면 2위를 달리고 있는 미국이 38%수준, 3위그룹 싱가포르와 홍콩이 10%수준이라니 우리의 IT환경에 대한 개인의 적응력과 활용은 가히 폭발적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일반의 첨단 서비스이용이 급증, 세계적 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국내 기업이나 정부의 IT 투자비는 미국이 연간 투자액 대비 50% 수준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불과 2.5%에 머물고 있다. 또 IT 투자비 가운데 SW에 대한 투자비중 역시 미국이 50%고 우리나라는 7% 수준에 그치고 있어 우리 한민족의 역동적 성향에 비해 기업·국가 등 경제주체의 대응은 크게 못미치고 있다는 느낌이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과거 걸음마 단계에 있었던 국내 정보통신 산업과 시장을 급성장시키는 뇌관이 됐던 ‘빅 프로젝트’를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진 유선전화서비스는 최근 20년 남짓한 기간동안 가입자가 두배 이상 늘어나 현재 약 2800만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급격한 가입자 증가에는 우리가 자체개발한 TDX라는 전자교환기가 한 몫을 했다. 당시 세계 주요 메이저가 아니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을 우리의 힘으로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 효과는 외산제품에 의존하지 않고도 국내기종만으로도 국내통신망을 완벽하게 구축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한편, 전략적 수출상품으로도 역할을 톡특히 해 우리 정보통신산업은 기술면에서 세계적 반열에 올라서는 계기가 됐다.

 서비스가 시작된 지 불과 30년도 안되는 이동전화 가입자 역시 2800만명을 넘어 섰다. 여기에도 논란이 있었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의 상용화가 세계최초로 우리 손에 의해 이뤄졌기에 가능했고 이는 곧 이동통신의 강국이요, CDMA기술의 선도국이라는 명성으로 이어져 세계시장을 이끌게 됐다.

 e사이버 사회의 우리산업을 되짚어 보자.

 94년에 인터넷가입자수가 13만8000명, 도메인수는 불과 192개이던 게 현재는 가입자수가 2400만명을 넘어섰고 도메인수만도 45만개에 이르렀다. 이를 기반으로 한 전자상거래 규모도 24조2600억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제 다가올 e사이버사회의 구현을 위해 빅 프로젝트의 돛을 다시 올려야할 시점이다.

 우리에게는 각종 IT관련 통계가 보여주듯 디지털시대를 주도해갈 충분한 잠재력과 역동성, 경제규모를 가지고 있다. 예컨대 건설교통부가 한해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하는 하드웨어(HW)적(?) 예산이 30조원 정도라고 한다. 이제까지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에 투여한 공적자금만도 10조원에 이른다.

 이젠 수조원 규모의 ‘IT 빅프로젝트’를 국책사업으로 추진해 전세계가 앞다퉈 구축하고 있는 ‘e사이버 사회’의 선두주자가 돼야 할 것이다. e사이버 사회에 어울리고 우리민족의 역동적인 개성에 맞는 프로젝트는 HW중심에서 SW로 옮겨져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최고의 SW 엔지니어를 양성하고 여기서 축적된 창조적 기술과 아이디어로 세계 초일류 기업의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 효과는 TDX, CDMA상용화 등 과거 프로젝트와 맞먹는 정도의 ‘충격’이자 우리의 차세대 인재들이 글로벌 경제시대를 이끌어갈 수 있는 밑거름으로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