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 나노 컴퓨터 개발

 이스라엘 과학자들이 유전 물질인 DNA를 소프트웨어로 사용하고 효소를 하드웨어로 사용하면서 연산 기능을 실행할 수 있는 DNA컴퓨터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의 에후드 샤피로 박사팀은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 최신호(22일자)에서 1조개를 합쳐 놓아도 크기가 물방울 하나밖에 안될 정도로 작지만 초당 10억회의 연산을 99.8%의 정확도로 해낼 수 있는 DNA 컴퓨터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DNA 컴퓨터는 숫자와 공식을 이용해 문제를 푸는 기존의 실리콘 반도체 컴퓨터와 달리 입력과 출력, 소프트웨어가 모두 DNA 분자로 이루어진다.

 DNA 컴퓨터에서 데이터는 DNA 가닥에 있는 염기분자 쌍으로 표현되며 생체 내에서 만들어지는 2가지 효소가 정보를 읽고 처리하는 하드웨어 역할을 한다.

 과학자들은 DNA 컴퓨터가 기존의 컴퓨터에 비해 소형화에 유리할 뿐아니라 실행속도 면에서도 훨씬 빨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미래에는 실리콘 반도체 컴퓨터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샤피로 박사는 “우리가 생체분자를 이용해 만든 나노크기(10억 분의 1m)의 이 컴퓨터는 너무 작아서 한번에 하나씩 작동시킬 수 없다”며 “1조개의 DNA 컴퓨터를 함께 작동시킬 때 10억개의 연산을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컴퓨터는 입력과 출력,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모두 생체분자로 이뤄진 것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프로그래밍이 가능하도록 개발된 자동 컴퓨터라고 할 수 있다.

 이 컴퓨터는 당장 실용화되기는 어렵지만 미래에는 인체 내 세포 안에서 작동하면서 질병에 걸릴 위험을 감지하고 이들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신체 변화나 약품 생성을 유도하는 DNA 컴퓨터를 개발하는 토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샤피로 박사는 “세포 안에는 DNA와 RNA 같은 정보가 담긴 분자를 처리하는 신기한 분자 기계가 들어있다”며 “우리는 아직 이런 기계들을 조작하거나 새로 만드는 법을 모르기 때문에 당장은 이런 기계의 작동방식을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