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MS 경쟁사들이 반독점 합의안에 침묵하는 이유

 [iBiztoday.com=본지특약]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com)와 경쟁관계에 있는 업체들 가운데 상당수가 미 정부와 MS가 맺은 반독점 소송 합의안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번 합의에 대해 적지 않은 비판과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나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는 ‘꿀먹은 벙어리’가 돼 과연 어떤 속사정이 있는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대다수 하이테크 업체들이 PC 운용체계(OS)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윈도를 판매하는 MS의 행보에 따라 자신들의 운명이 졸지에 뒤바뀔 수도 있음을 잘 알고 있다는 방증이다.

 MS의 반독점 소송 합의에 대해 비난을 퍼붓는 업체는 업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충분한 자금력을 확보한 일부 업체들뿐이다.

 세계 최대의 기업용 소프트웨어업체 오라클(oracle.com)과 유닉스 서버 시장의 선두업체 선마이크로시스템스(sun.com)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MS의 강력한 도전에도 불구하고 해당 분야에서 맹주자리를 지키고 있는 업체다.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최고경영자(CEO)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추계 컴덱스쇼에서 “반독점 합의안으로 승리는 MS측에 돌아갔으며 정부는 완전히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당당하게 주장한 데도 오라클 나름의 자신감이 작용한 것이다.

 미 법무부와 MS의 합의안 자체가 허점투성이일 뿐만 아니라 과연 미국 정부가 시장독점 행위를 규제하려는 의지가 있는지도 의심스럽다는 비난도 함께 일고 있다.

 MS는 이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은 하지 않았으나 빌 게이츠 회장은 “MS는 합의안에 규정된 반독점 제재 조치를 전적으로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MS와 협력관계에 있거나 경쟁관계에 있는 대부분의 하이테크 업체들은 이번 반독점 합의안에 대한 간단한 성명조차 발표하지 않거나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리얼네트웍스(realnetworks.com)는 “이번 합의안은 독점에 대한 규제라기보다 MS에 대한 보상”이라는 간단한 성명서만 냈다. AOL타임워너(aoltimewarner.com), 팜(palm.com), 노벨(novell.com)도 이와 비슷한 입장이다.

 어도비(adobe.com), 애플컴퓨터(apple.com), 인텔(intel.com) 등도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주요 PC 제조업체들도 입장 표명을 삼가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극히 일부 업체만이 이번 합의안을 반대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을 뿐이다.

 노르웨이의 웹브라우저 업체 오페라소프트웨어(operasoftware.com)는 PC업체들은 웹브라우저 판매를 오래 전부터 포기한 상태다. 이미 MS와 PC 제조업체간의 브라우저 독점계약 때문에 오페라의 웹브라우저는 전문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퇴출되기에 이르렀다.

 오페라의 존 테츠너 CEO는 “PC업계가 우리와 같은 MS 경쟁업체에 문호를 개방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합의안의 내용에는 규제를 피해갈 수 있는 허점이 많다”며 “상당수 업체들이 MS를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MS와 경쟁관계에 있는 제품을 사용하는 데 망설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MS 반독점 소송에서 MS에 불리한 증언을 해 화제가 됐던 스티븐 맥기디 인텔 전 부사장은 “이번 합의안은 오히려 MS의 독점적인 지위만 강화시킬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아직 MS와 정면으로 경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사업방침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드레아전기자 andrea@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