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군사기술과 경제

“빈 라덴? 내가 장담하는데 그 악당녀석은 일주일 안에 잡혀 죽을거요.”

 뉴욕으로 향하는 아메리칸항공 국내선 비행기. 옆좌석의 한 승객은 전쟁이야기가 나오자 자신은 미국의 완벽한 승리를 확신하며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테러범들을 때려부숴야 한다고 한참동안 열을 내기 시작했다. 그의 양복상의에는 요즘 미국전역에서 유행하는 애국심의 상징 성조기 배지가 달려 있다.

 살벌한 공항검색대를 빠져나오니 뉴욕시는 온통 성조기의 물결로 뒤덮인 분위기다. 도심지의 빌딩과 주요 상점에는 어김없이 ‘God bless America !(신이여 미국을 도우소서)’라고 적힌 성조기가 테러공포를 쫓아내는 부적처럼 걸려 있다. 경찰차와 택시, 심지어 할렘가의 술집 문앞에도 성조기가 붙은 광경은 흔하게 볼 수 있다.

 테러위협에 시달리는 미국인들이 성조기를 앞세워 국민적 단합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은 마치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의 금모으기 운동과 차량마다 붙었던 태극기 스티커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국가적 위기에 대처하는 미국 내부의 움직임에서 우리가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이번 아프간 전쟁을 계기로 미국이 제3세계 테러위협을 잠재울 군사기술 프로젝트에 국가적인 역량을 쏟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MIT의 한 교수는 지금 미국의 국방관련 연구소에선 비용·실현가능성을 따지지 않고 테러퇴치에 유용한 온갖 군사기술연구가 일사천리로 결제가 나고 있다고 귀띔한다. 나노기술을 이용한 스마트군복, 테러범의 마음을 읽어내는 공항검색장치 등 인간의 상상력을 시험하는 첨단기술이 조만간에 현실화된다는 것이다.

 미국은 여러 전쟁을 기점으로 다른 나라와 과학기술의 격차를 벌려왔고 이러한 첨단군사기술은 곧바로 민간분야로 전이돼 미국의 경제성장을 뒷받침해 왔다. 이미 압도적인 군사기술의 우위로 탈레반세력을 궤멸시킨 미국이 아프간 전쟁이 끝난 후 어떤 요술단지를 만들어내 세계경제의 판도를 뒤바꿔 놓을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산업전자부·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