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간정보시스템 백업센터 구축이 정부 부처간 힘겨루기로 인해 차질을 빚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재난과 재해로부터 국가의 중요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막중한 국가 대사가 관련 부처의 이전투구로 차질을 빚게 되면 사건의 본말은 차치하고 국민들에게 실망감만 안겨주기 때문이다.
정부가 올 추가경정예산에서 337억원을 책정하는 등 재난·재해 대비용 백업시스템 도입을 서두르는 것은 국가의 중요 정보를 재난·재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다.
9·11테러가 방증하듯 미국은 물론 전세계가 테러의 위협에 노출돼 있다는 작금의 현실을 감안하면 국가 중요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국가기간정보시스템 백업센터 구축의 당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무부처인 행자부와 정통부가 운영 방식·주체·장소 등 국지적인 문제를 놓고 마찰을 빚으면서 국가기간정보시스템 백업센터 구축 계획이 차질을 빚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처럼 양측의 대립구도가 팽팽히 맞서는 것은 명분이 그럴 듯하기 때문이다. 경제성을 감안하고 예산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통합백업센터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통부의 주장이고, 한곳에 몰아놓으면 재난·재해시 더욱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으니 분산센터가 바람직하다는 것이 행자부의 주장이다. 일장일단이 있기 때문에 양측 주장이 모두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논란이 길어지고 이에 대한 처방이 늦어질 경우 부처간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의견조정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이번 백업센터 구축 계획과는 별도로 부처 및 기관별로 분산·운영되고 있는 전산환경을 통합하는 내용의 통합전산환경 구축에 관한 정보전략계획(ISP)을 수립·추진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태가 원만히 해결될 것이라고 본다.
뿐만 아니라 행자부·정통부·기획예산처 등 관련 부처 담당자들이 국세통합정보시스템·수출입통관정보시스템·주민등록정보시스템·시군구행정종합시스템을 우선 업무로 추진키로 결정한 데 이어 시군구행정종합시스템 백업센터를 각 시도에 구축키로 합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협화음을 빚고 있는 국세통합정보시스템·수출입통관정보시스템·주민정보시스템의 백업센터 구축 문제는 어렵지 않게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주무부서다. 이 문제는 현재 전자정부특위가 나서 조정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전자정부업무를 주관하고 있는 자신들이 운영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행자부와 국가전산프로젝트 운영 경험이 풍부한 한국전산원 등에 맡겨 기존 건물과 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정통부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 당초 내년 상반기까지 구축을 완료키로 한 국가기간정보시스템 백업센터 구축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이들이 이처럼 백업센터 구축문제를 놓고 극한 대립을 불사하는 것은 이번에 주도권을 잡지 못할 경우 다른 국가정보시스템 프로젝트에서도 밀리는 등 자칫하면 국가정보화 운영주체로서의 역할을 내줘야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뚜렷한 명분을 내세우는 데도 불구하고 밥그릇 다툼 또는 잿밥 투정처럼 비쳐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가 프로젝트인 백업센터 구축에 신중해야 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금부터라도 부처이기주의를 버리고 전자정부 구현의 효율성 측면에서 접근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