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장애인 이동권

 “지난 1월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사고 이후 장애인도 지하철을 안전하게 이용하게 해달라고 목이 터져라 정부대책을 요구해왔지만 계속 무시당했어요. 얼마나 더많은 장애인들이 길거리에서 쓰러져야 정신을 차리겠습니까.”

 장애인권익 지킴이로 활동하는 박종태씨는 요즘 달력만 봐도 울화통이 치민다. 그가 제기해온 장애인의 이동권문제가 올해도 전혀 개선될 조짐이 없이 그냥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5명의 장애인이 불편한 몸으로 지하철을 타려다 이런저런 사고로 역사안에서 목숨을 잃었다. 장애인사고로 여론이 냄비처럼 들끓자 정부가 올해 내놓은 대책은 장애인용 리프트분야의 안전규격을 새로이 정한 것뿐이다. 문제는 정부가 새로 만든 리프트 안전규격이 요즘 장애인의 이동패턴변화를 전혀 고려치 않고 행정편의적으로 급조돼 장애인의 이동권향상에 도움이 안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장애인들의 경제수준이 향상되면서 손으로 힘겹게 움직이는 구식 휠체어 대신 4륜식 전동 스쿠터로 시내를 돌아다니는 사례가 급증하는 추세다.

 박씨는 정부의 리프트안전규격이 구식 휠체어만 고려하고 이 ‘새로운 탈 것’에 대한 기술, 법률적 고려가 전무해 장애인의 이동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결국 전동스쿠터를 이용하는 5000여 장애인들은 지하철을 한 번 타려면 역사 계단 옆에 설치된 조그만 리프트 받침대 위에 스쿠터를 탄 체 조심스레 오르내리는 위험한 곡예상황을 감수해야 할 형편이다.

 “정부에선 전동스쿠터가 무거워 사고위험이 높다고 지하철에는 타고 오지 말라는 얘기인데 손으로 휠체어 모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세요.” 그는 장애인들도 문명의 혜택을 받을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하철을 안전하게 타고 싶다는 장애인의 소박한 꿈을 받아들이기에 우리사회의 주변여건이 아직도 미성숙한 것일까. 박씨가 짊어지고 나갈 장애인 이동권 확보운동은 너무나도 멀고 험난해 보였다.

 <산업전자부·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