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커런트]인터넷 공급자 관계관리로 수익성 개선을···

 인터넷의 의미를 가상공간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e마켓플레이스 정도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특히 컴퓨터에 대한 지식이 많은 엔지니어일수록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 경향이 심하다.

 그러나 인터넷의 영향은 전자상거래의 범위를 훌쩍 뛰어넘어 기업들의 경영환경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기업들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공장을 인터넷으로 연결해 24시간 연구개발 체제를 갖추는 한편 상품 제조 및 최종판매까지 인터넷 기술을 접목해 원가절감에 성공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영 컨설팅 회사인 가트너(http://www.gartner.com)와 공동으로 기획하는 EC커런트의 이번주 이야기는 인터넷을 활용, 부품 및 원료 공급자들과 협력관계를 강화함으로써 회사의 수익성을 개선하는 문제에 관한 분석이다. 편집자

 

 요즘 전 세계 정보기술(IT) 관련업체들이 극도의 불황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두 자릿수 성장을 계속 하는 곳이 있다. 바로 고객관계관리(CRM) 시장이다. CRM의 궁극적인 목표는 고객들을 밀착관리하는 것. 하루에도 수십통씩 사무실로 배달되는 전자우편을 보면 CRM의 위력을 이해할 수 있다.

 최근 전 세계 기업들이 앞다투어 CRM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고객 데이터베이스(DB)는 기본이고 온라인 물류 자동화와 전사적자원관리(ERP) 등의 첨단 컴퓨터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엄청난 초기 투자자금이 들어가지만 몇년만 지나면 매출확대 등으로 본전을 뽑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CRM과 비교하면 공급자 관계관리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미국 경제잡지 포천이 선정한 500대 기업들은 부품 및 원료를 구입하는 데 총 수입의 약 45%를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비스 등 비제조업 분야 업체들은 전체 상품과 서비스 판매 수입 중에 절반 이상을 다른 업체에서 구매하고 있다. 표참조

 이번 주 EC커런트 주제를 공급자 관계관리로 정한 이유도 이들과 얼마나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회사경영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굳이 CRM과 공급자 관계관리의 차이점을 찾자면 CRM이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을 강조하는 데 비해 공급자 관계관리는 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성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공급 업체들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는 것은 최소한 세가지 측면에서 회사의 경쟁력 향상에 큰 도움을 준다.

 ◇효율 및 가격 선도=공급자들을 관리하는 데 있어 체계적인 접근방식을 취한다면 우선 자본회전속도가 빨라지고 현금 흐름이 향상될 수 있다. 또 자본회전이 빨라지면 동일한 수준의 투자 수익을 올리기 위해 한번에 투자해야 하는 액수가 줄어들어 주주들의 위험이 그만큼 줄어든다.

 ◇제품 차별화=공급자는 단순한 하청회사가 아니고 지적 자본과 신제품 개발 역량의 원천이다. 거래 회사 및 잠재적인 공급자들과 긴밀하게 협력, 제품 개발을 추진한다면 새로운 제품의 출시시기나 기존 제품의 성능을 개선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주요 공급원 보호=주요 부품 공급원이나 생산 능력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부품(재료) 가격에 일정한 프리미엄을 얹어주는 일은 정보기술(IT), 특히 반도체 업계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또 다른 업종에서도 이러한 사례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10여년 전 미국 3대 햄버거 체인점 중 한 업체가 처음으로 닭고기 제품을 선보일 때 박리다매를 추진하면서 전국에 걸쳐 해당 종류의 닭고기를 엄청난 규모로 구매하기 시작했다. 이때 다른 햄버거 체인점들은 물론 일반 대중 음식점들도 닭고기 수급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처럼 공급자들과 관계 개선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다양한 매력을 뿌리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공급 업체들을 경쟁력 향상의 원천으로 여기는 기업들도 아직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가트너는 판단하고 있다. 공급 업체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 장애물이 될 수 있는 요소들은 다음과 같다.

 △사업부간 협력 부족

 △다년간 쌓아올린 조달 절차를 한꺼번에 개선하는 데 대한 회의적 시각

 △업무 절차 조정 및 정보 공유의 어려움

 △거래 관계를 가격 인상이나 특권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있는 공급업체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고객 수요 및 시장 정보 등을 공유하는 데 따른 위험부담(공급자 측에서도 일부 공급자가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소지가 있어 비용 및 기획 자료 공유를 꺼릴 가능성이 높음)

 △ 전략적 제휴 유지의 어려움

 △경쟁력 있는 구매절차를 차별화 할 수 있는 기회상실

 △핵심 원자재의 상용화를 꺼리는 공급업체로부터의 저항

 △특허권 보호에 대한 염려

 최근 기업들이 전자상거래 특히 기업간 전자상거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축적한 인터넷 경험을 활용하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다소 도움을 줄 것으로 가트너는 판단하고 있다. 그 동안 관련 기술들이 발전해온 과정을 살펴보면 전자상거래와 공급자 관리간 관계를 더욱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전 세계 기업들이 지난 80년대에 전자문서교환(EDI) 시스템을 앞다투어 도입한 후 구매 과정을 개선하기 위한 IT 투자를 꾸준하게 늘려왔다.

 인터넷 투자붐이 한창이던 99년 이후만 해도 전자조달, 역경매 및 e마켓플레이스는 골치 아픈 공급자 관계 관리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해주는 ‘원스톱 솔루션’으로 큰 기대를 모았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들은 구매 과정을 매끄럽게 해주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안정적인 공급자 관계를 유지하는 데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교훈을 가르쳐 주었다.

 오늘날에는 신속한 투자 회수와 통합 구매 활동, 인력 투입 시간 및 서류 작업량 절감과 같은 공급자 최적화 효과를 보장해 주는 전략적 아웃소싱 및 공급망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시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과 기업 공급자들간 관계에 있어서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또 일용제품화 된 품목들은 독립적 관계로 나아가고 있으며 전략적 상품의 경우에는 장기간 안정적 수급 능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e마켓플레이스, 전자카탈로그, 온라인 경매 및 인터넷 검색 에이전트들은 특정 부류의 상품들을 ‘자유롭게 아웃소싱(open sourcing)’하는 환경에서 조달하는 일을 가능케 하고 있다. 또 기업간 동맹 관계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는 기업들은 협업 활동을 통해 전략적 제휴 관계를 강화해나가고 있다.

 물론 공급망의 모든 협력 업체들이 동일한 위상을 갖지는 않는다. 또 공급자 관계의 유형이 달라지면 필요한 관행과 도구도 달라진다. 일부 공급자들은 다른 공급자에 비해 더 큰 전략적 가치를 가질 것이다. 반대로 공급자들도 일부 기업이 자신들에게 전략적으로 더 큰 가치를 갖고 있다고 판단할 것이다.

 모든 기업들은 공급 관계에서의 자사의 위상과 함께 공급자들이 갖고 있는 전략적 가치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구매자와 공급자의 위상을 결정함에 있어 기업들은 그림에 나타나 있는 것과 같은 구매자 및 공급자 자원의 상대적 활용도 및 희소성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매업체는 어떠한 대책을 세워야 할까.

 먼저 구매한 상품이나 서비스 계층별로 전략적 공급자 관계를 어떻게 구성할지 그 기준부터 분명하게 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공급업체 제품의 품질과 가격 외에 변화에 대한 대처 능력 등도 꼼꼼하게 비교해보는 것이 좋다.

 회사 경영상 중요한 업체이거나 고객의 수요에 따라 핵심부품 공급업체에 대해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도 적극 권하고 싶다. 거래 업체들이 제공되는 가치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다층 구조의 공급자 평가 기법을 도입하는 것이 좋다. 또 공급자와 관련된 업무를 다루는 모든 그룹들이 거래 회사를 평가할 때 모두 같은 점수를 줄 수 없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공급업체 관리 원칙을 세워야 한다.

 다양한 방식의 공급자 관 관리 전략을 여러개 채택하라. 업무상의 변화에는 새로운 사업 관행과 새로운 공급자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설계, 엔지니어링, 생산, 유통, 조달 및 재무를 포함한 사업부와 사전 조정이 필수적이다.

 무엇보다도 회사의 수익성은 공급 망 최적화 및 구매자와 공급자를 함께 묶어주는 업무처리 방식을 효과적으로 바꾸는 데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