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치품 수입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는 소식이다. 회사일 때문에 얼마전에 해외 출장을 다녀올 일이 있었는데 귀국하는 여행객 중 일부는 눈에 띌 정도로 값비싼 물건을 사가지고 들어왔다.
어떤 여행객은 외국에서 산 고급 옷을 발각되지 않으려고 꺼내어 걸쳐 입고 들어오는가 하면, 골프채에다 전자제품, 양주까지 품목이 다양했다. 한눈에 보더라도 나와 같은 일반 샐러리맨들에게는 엄두도 못낼 만한 가격의 제품들이었다.
그같은 풍경을 보면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소비가 빈부에 따라 양극화하고 있다는 말이 피부로 와닿았다.
올해 들어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건전 소비를 통한 내수진작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여유 계층의 소비는 수입품에 집중되어 있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 때문에 오히려 국제수지만 악화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현실이다.
얼마전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중 국제수지 동향을 보면 경상수지는 8월에 비해 흑자로 소폭 반전했다. 이런 가운데 자본재 수입은 23.5%나 대폭 줄어든 반면에 소비재 수입은 전달의 -3.1%에서 9.5% 증가로 크게 돌아섰다.
특히 대형세탁기의 9월중 수입 증가율이 200%를 나타낸 것을 비롯해 승용차 81.8%, 모피의류 55.2%, 양주 32.7%, 골프용품 30.6%의 증가율을 나타냈다고 한다. 더구나 이들 고급 소비재의 1∼9월중 수입 증가세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래시장 등 기타 일반산매는 10% 정도 감소하면서 이른바 소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를 볼 때 경기해빙 기류는 고소득층에만 흐르는 것 같다.
또 1년전 대비 전반적 생활형편을 보여주는 생활형편지수의 경우, 고소득층은 6개월만에 1년전 수준을 회복한 반면 저소득층의 생활수준은 1년전의 70%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실물과 체감 경기 모두 바닥을 벗어나 상승궤도에 진입하는 흔적은 보이지만 고소득·저소득계층간 격차는 더 넓어지고 있어 계층간 양극화가 걸림돌로 불거질 우려가 있다. 경기회복에서 있어서 이같은 소비 양극화는 한쪽만의 잔치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고급 수입품에 소비가 몰리는 수입품 위주의 소비는 국내 생산 및 고용 증가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경상수지만 나쁘게 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각 소비주체들의 합리적인 소비행태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김정훈 서울 강남구 역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