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통신장비 업계의 지각 변동이 예고됐다.
정보기술(IT) 시장조사회사 가트너(http://www.gartner.com)는 최근 ‘통신장비 업계 지각변동이 임박했다’는 보고서를 통해 세계 통신시장의 약 80%를 요리하고 있는 8대 통신장비 회사들도 통신시장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가트너는 이 보고서에서 최근 전세계 통신시장의 가장 큰 변화로, 메이저 통신장비 업체들이 그동안 기간통신 사업자를 위한 교환기부터 무선 인터넷과 중계기, 라우터, 케이블, 광통신 네트워크 등 다양한 제품을 모두 내놓았으나 최근에는 자사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에 주력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일례로 캐나다의 노텔네트웍스는 최근 장거리 광 네트워크 및 대도시 통신망(MAN), 무선 장비 시장에 화력을 집중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여 있던 기업용 네트워크 시장에서는 완전 철수하기로 했다. 미국 루슨트테크놀로지스도 이와 비슷한 이유로 최근 유무선 데이터 통신 및 케이블 접속, 신규 통신 사업자를 위한 광통신 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또 지역적으로도 유럽 통신장비 업체들이 최근 북미 시장에서 마케팅 활동을 감축함에 따라 북미 통신장비 업체들도 유럽 사업부에 대해 대규모 구조조정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트너는 8대 메이저 통신장비 업체들이 최근 불황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아시아 태평양 시장을 공략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트너가 분석한 8대 통신장비 업체들의 현황과 앞으로의 전망은 다음과 같다.
◇알카텔=최근 전세계적인 통신 불황의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았다. 지난 98년부터 통신장비 생산을 외부업체에 맡기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 작업을 벌이고 있는데 그 결과에 따라 회사의 운명이 판가름날 전망이다.
◇에릭슨=전세계 이통 장비 시장에서 약 50%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2.5세대(G), 3G 등 이통망 건설이 본격화되면 회사 경영상황이 크게 호전될 전망이다.
◇노텔과 루슨트=최근 해외 시장은 물론 국내에서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품질과 가격에서 경쟁력이 있는 소수 사업분야에 자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모토로라=적자 사업부 매각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 작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업 문화적으로도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최근 휴대폰 사업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에 한 가닥 희망을 걸 수 있다.
◇지멘스=정보기술(IT) 거의 전 분야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기업용 통신 장비 부문에 대해서는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시스코=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단숨에 데이터 통신 및 인터넷 장비시장 1위 업체로 도약했으나, 인터넷 거품이 걷히면서 그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 기업용 시장을 중심으로 매출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그러나 제품 품목 수를 대폭적으로 줄일 필요가 있다.
◇노키아=휴대폰 분야에서 최고의 브랜드 인지도를 유지하고 있는 등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기대된다. 그러나 주요 고객층이 중소형 이통 업체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은 하루 빨리 개선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