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국제품 추격이 거세다. 우리의 수출 주력시장인 미국·일본·유럽연합(EU) 등에서 중국의 시장점유율이 차츰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우리 제품과 경합하거나 우리보다 우세인 중국 제품이 점차 느는 추세다.
산업자원부와 무역협회·대한상의 등으로 구성된 중국시장활용대책반이 내놓은 ‘중국경제의 부상과 중국시장 활용방안’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우리보다 D램과 디지털가전 및 디바이스 분야에서는 경쟁력이 열세인 반면 비메모리와 가전·통신·컴퓨터 등에서는 우리보다 경쟁력이 우위이거나 경합할 만하다.
우리가 나름대로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하는 반도체산업의 경우 전체적으로는 한국이 우세다. 지난 99년과 2000년 반도체 생산액은 중국의 20배 정도에 달했고, D램 분야는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다이오드와 디바이스 등 일부 분야에서는 이미 해외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관계에 있다. 그런가 하면 비메모리 분야인 하이브리드와 기타 전자집적회로에서는 중국이 이미 한국을 앞지르고 있다.
가전·컴퓨터·통신 등 전자산업도 국내 생산공장의 중국 이전으로 세계 시장에서 중국의 시장점유율이 한국을 제친 상태다. 그만큼 한국제품을 추격하는 중국기업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반도체를 제외한 전자산업의 생산과 수출액도 이미 중국이 앞서 있다. 우리가 중국보다 앞선 제품은 금전등록기·교환기·송수신기·안테나·텔레비전·카메라 등의 품목에 그치고 있다.
만약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한국상품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계속 떨어질 것이고 중국과의 격차도 더 벌어질 것이다. 거대시장인 중국 진출을 노리는 국내 IT업체를 비롯한 모든 기업들이 특단의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해외 시장에서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될 것이다.
중국의 WTO 가입이 우리에게는 ‘위기인 동시에 새로운 기회’임은 두 말할 나위없다. 지금 우리가 가장 고심해야 할 문제는 중국과 한국간 분야별 경쟁력을 냉철하게 있는 그대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다.
우리가 중국보다 경쟁력이 있는 분야와 열세인 분야를 파악해 시의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이것이 수출시장 확대로 이어지면 중국의 WTO 가입은 우리에게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우리의 주력산업에 대한 중국의 저가 추격을 기술적 우위와 고품질 전략으로 확실하게 제치지 못하면 위기는 필연적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보고서가 우리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접근 전략을 제시한 점은 중국진출을 노리거나 해외에서 경쟁 중인 기업들에 많은 참고가 될 것이다.
우선 경쟁 우위인 품목은 지속적인 R&D 강화를 통해 고급화 전략을 추진하고, 열세이거나 경합 품목은 현지 홍보와 마케팅 강화, 중국 현지투자 확대 등을 통한 고부가가치화에 주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술적 우위를 확보해도 현지 마케팅 조직이 부실하다면 시장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할 것이다.
다음은 이미 열세이거나 경합 중인 제품은 중국의 저가전략을 압도할 수 있도록 품질과 가치를 더욱 높여야 하고, 이것이 어려울 경우 합작·공장이전 등을 통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다양한 경쟁력 강화 방안을 우리 기업들이 내실있게 추진해 중국시장에서 한국상품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