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테크업계 `미국 정부`에 추파

 【본지특약=iBiztoday.com】 ‘신경제 시대’ 개막에 앞장선 미국 첨단기술업체들이 구경제의 대표적 고객인 연방정부에 추파를 던지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등 잇따른 악재로 기업의 기술부문 투자가 완전히 끊어지자 실리콘밸리의 경영자들이 정부 하청업체들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을 과감히 떨쳐내고 새로운 줄서기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인프라 회사인 라우드클라우드(loudcloud.com)의 짐 디미트리오 수석 부사장은 “미국 정부야말로 세계 최대의 예산을 갖고 있다”며 “우리는 그 중 일부를 원한다”고 털어놓았다.

 디미트리오 수석부사장은 꼬박꼬박 대금을 지불하고 꼼수를 쓰는 법이 없는 미 연방정부야말로 최상의 고객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서니베일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자사 직원들 전원이 연방정부의 비밀취급인가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덧붙였다.

 기업용 웹 호스팅과 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라우드클라우드는 몇몇 정부기관들과 거래를 하고 있다고 시인했으나 구체적인 기관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미 정부는 물론 영국 정부와도 웹사이트 관리 계약을 체결한 라우드클라우드는 여기서 나오는 수입으로 닷컴의 붕괴에 따른 매출 공백을 채웠다.

 라우드클라우드의 공동창업자로 인터넷 브라우저를 창안하는데 힘을 보탠 마크 안드리센 회장은 최근 수익전망 전화 회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 시간에 라우드클라우드 회장은 펜타곤 회의에 참석중이었다.

 회사측은 펜타곤 회의에서 무슨 논의가 오갔는지 밝히지 않았다.

 기술업체들은 항공우주산업과 방위산업이 붐을 이루었던 시절에도 정부를 상대로 다양한 사업을 펼쳤다.

 오리건 소재 칩 메이커인 트리퀸트(triquint.com)는 산업계 전체가 호시절을 구가하던 때에 이미 연방정부의 하청업체였다.

 기업용 소프트웨어업계의 선두주자인 오라클(oracle.com)의 상호는 지난 70년대 말 이 회사의 창업자들이 중앙정보국(cia.gov)과 공동으로 추진했던 프로젝트에서 따온 것이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sun.com)도 지난 80년대 이후 연구 및 군사용도의 고성능 컴퓨터를 연방정부에 제공해왔다.

 이들은 90년대 이러한 연방정부를 등지고 거대하면서도 비옥한 시장인 민간기업들 앞에 줄을 섰다. 그러나 미국의 최장기 경제팽창이 끝나고 기업들이 물쓰듯 뿌려대던 기술투자가 끊어진데다 9.11 테러참사의 여파로 보안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자 연방정부의 관급 프로젝트가 다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최고경영자(CEO)는 국방부와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테러가 발생한지 수일만에 국가안보에 관한 공개건의안을 제시한 실리콘밸리의 보스들 가운데 한명이다.

 엘리슨이 설립한 오라클은 오늘날까지 미 정부의 주요 데이터베이스 제공사로 남아 있다.

 트리퀸트도 차세대 전투기 조인트 스트라이크 파이터 제작을 위한 2000억달러 상당의 방위계약에 참여했다고 발표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연방정부 구애작전은 노골적일 정도로 적극적이다. 9.11 테러사건 이전부터 대정부 사업분야를 강화해온 지벨시스템스(siebel.com)는 실리콘밸리에 있는 사옥들 가운데 한 동을 9층 높이의 대형 성조기로 둘러싸 테러 희생자들에 대한 조의를 표시했다.

 이 회사는 최근 주력상품으로 ‘국토안보’ 버전을 발표하고 이를 톰 리지 국토안보국장에게 대대적으로 소개했다.

 미 연방정부가 기술업계의 새로운 젖줄로 각광을 받자 그동안 단 한 번도 정부와 거래를 해본 적이 없는 업체들까지 줄서기에 가세하고 있다.

 예를 들어 샌프란시스코의 비상장 소프트웨어사인 SSB테크놀로지스(ssbtechnologies.com)는 ‘연방 하청업체들의 웹사이트는 신체장애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새로운 연방정부 지침을 충족시키게끔 기업들을 도와준다.

 한때 독립적인 회사임을 자부하던 업체들조차 기업의 관료주의적인 절차를 감내해가며 연방정부의 요구조건들을 충족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연방정부의 요구에 순응하기 위해 SSB를 고용한 인프라 관리 업체 넷IQ(eprc.strath.ac.uk/iqnet/iq-net)의 데니 르콤 수석 엔지니어는 “향후 1, 2년 내에 정부의 지침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소중한 가치를 지닌 시장밖으로 쫓겨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모든 기업들이 연방정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돈주머니가 제 아무리 크다해도 경기침체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게다가 정부의 입찰과정이 마무리되기 까지에는 보통 1년이 걸린다. 6개월 단위의 판매주기에 익숙한 소프트웨어 판매업체들에는 지나치게 긴 시간이다.

 소프트웨어 업체 E피파니(epiphany.com)의 로저 시보니 CEO는 “워싱턴앞 줄서기는 단견”이라며 “군중심리에 휘둘려 무리를 쫓아가기보다는 기존의 기업고객 기반에 계속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브라이언리기자 brianlee@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