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드림스튜디오 이사 김경철 kckim@ddsdream.com
지난 15일 마이크로소프트사(MS)는 X박스라는 비디오 게임기를 미국 전역에 출시했다.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업체이자 IT 업계에서 세계 최고의 시가 총액을 자랑하는 거대기업 MS가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시장에 성큼 나섰다는 데 의미가 크다 하겠다. MS는 X박스에 3년여 기간과 1억달러가 넘는 비용을 들였다. 더욱이 MS의 대표적인 OS상품인 윈도의 홍보 비용보다 2∼3배가 많은 5억달러 이상을 마케팅 비용으로 쏟아부을 예정이라고 한다.
사실 산업계에서는 MS가 X박스를 개발한다고 발표할 당시는 물론, 올해 춘계 도쿄 게임쇼와 E3에서조차도 X박스의 성공여부에 물음표를 던져왔다. 그러나 현재 미주시장 유통점에서 출고량의 73% 정도가 소진된 것으로 알려져 이러한 우려는 어느 정도 씻어낸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20년간 전세계의 비디오 게임 시장은 일본의 독무대였다. 80년대 초반 일본이 미국 시장에 8비트 게임기를 들고 왔을 때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미국 가정에 비디오 게임기가 엔터테인먼트의 중요한 기기로 안방을 차지하기 시작하자 90년대 초 할리우드와 실리콘 밸리 진영은 부랴부랴 이에 대한 대응전략을 세웠다.
PC게임이 비디오게임기를 따라잡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인 상태로 상황이 전개됨에 따라 MS는 X박스라는 비디오게임기를 개발, 정면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전 세계의 비디오 게임 시장 규모는 약 140억달러(2000년 기준)로 PC 게임의 6배, 온라인게임의 13배 정도의 규모를 가지고 있다. 연평균 25%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제 세계 비디오 게임 시장은 소니, 닌텐도에 이어 또 하나의 거대 기업인 MS의 진출로 시장 규모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의 상황은 어떠한가. 한국은 지금까지 자의반, 타의반으로 세계 비디오 게임 시장에서 소외됐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내년 초부터는 MS의 X박스, 소니의 PS2 그리고 닌텐도의 게임큐브와 GBA가 한국 진출을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약 5000억원 이상의 거대한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 비디오 게임 개발 인프라가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이라 아쉽게도 이러한 시장은 고스란히 해외 업체들이 독식할 판이다.
혹자는 “국내 온라인 게임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비디오게임은 국내 게임 산업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MS, 소니 등 비디오게임기 메이커들의 향후 전략은 플랫폼의 네트워크화에 있기 때문에 사전에 비디오 게임 개발에 대한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한다면 온라인 게임 시장 역시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비디오 게임은 PC 게임이나 온라인 게임과는 달리 클로즈드 아키텍처(closed architecture)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개발사들은 비디오 게임기 메이커로부터 개발 권한을 획득해야 하며 내부의 개발 인력 역시 하드웨어적인 시스템 아키텍처에 대한 이해력과 높은 수준의 3D 기반 기술이 필요하다. 또한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더 많은 개발 인력과 개발 기간을 투여해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개발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자금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비디오 게임 개발에 대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에는 넘어야 할 산이 험하고 높다. 그러나 그 산은 국내 게임 산업이 반드시 넘어야 할 고지임에는 틀림없다.
과거 미국이 일본 비디오 게임의 진출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가 안방을 내주었던 점을 감안해 국내 게임 업계도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한다. 지금껏 국내 게임 개발사와 게임 관련 기관 및 단체들이 PC 게임과 온라인 게임 산업에 쏟아부었던 열정과 관심을 이제는 비디오 게임 산업에 기울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