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벤처 자금 지원

 벤처기업의 자금난이 생각보다 심각한 것 같다. 신규등록기업이 지난해보다 40% 이상 줄었고, 수익모델을 찾지 못한 닷컴기업의 상당수가 문을 닫았다고 한다.

 물론 정부와 관련 단체 및 연구소들이 벤처기업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고는 있다. 하지만 아직도 유망 벤처기업들이 펀딩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벤처기업의 경영난은 심각한 상황이다.

 주지하다시피 우리 경제가 대내외적인 위기 국면에서 벗어나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벤처산업의 발전이 수반돼야 한다. 따라서 위축된 벤처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은 시급한 과제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정부가 산하 기관을 통해 수천억원의 자금을 파격적인 조건으로 지원키로 한 것은 시기적절하며 바람직한 조치라고 본다. 벤처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벤처기업의 자금난 해소는 물론 경기활성화에도 커다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특히 연내 1080억을 지원하게 되는 한국과학재단의 연구개발자금과 내년 한해에만 무려 5640억원이 투입되는 정보화촉진기금 융자지원사업은 벤처기업의 막힌 숨통을 터줄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과학재단 연구개발자금의 경우 물적 담보능력이 없어 우수한 기술력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벤처·중소기업에 연리 4%로 최대 30억원까지 지원된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신기술(KT) 인정기업에는 연구개발비 외에도 시설운전자금까지 지원하는 등 자금지원의 폭을 늘려 기업경영에 새로운 활로를 열어줄 계획이라고 한다. 또 대출 신청에서 융자까지 60일 정도 걸리던 것을 20일로 단축하고 관련 서류도 기존 22종에서 최소 5종으로 간소화하는 등 적기에 자금이 투입될 수 있도록 하겠다니 기대되는 바 크다.

 내년에만 5640억원이 지원되는 정보통신부의 정보화촉진기금 융자지원사업도 주목거리다. 벤처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사업 시행시기를 예년보다 1∼2개월 앞당기겠다고 하는 이 자금의 주사용처가 정보화촉진과 IT산업 육성을 위한 기업 기술 개발과 설비투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벤처기업의 경영난 타개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사실 벤처기업이 우리 기업의 기술 기반을 강화할 뿐 아니라 고용 창출에 기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벤처 살리기에 앞장서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원활한 자금조달로 벤처기업의 재무상태가 안정돼야 시설 및 운영자금을 여유있게 운영하는 등 우리 경제의 뿌리도 그만큼 튼실해진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자금지원은 자제해야 한다. 기술개발을 외면하고 자금 확보에만 열을 올리는 편법운영이 고개를 드는 등 자칫 독이 될 수도 있다. 자금지원이라는 미봉책보다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자금지원과 병행해 벤처기업·대학·투자가·공공기관간 네트워킹을 강화하는 등 벤처경영의 시너지효과를 높여나갈 수 있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또 벤처기업간 전략적 제휴를 활성화하기 위해 인수합병(M&A)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코스닥시장의 건전성과 투명성도 높여야 할 것이다. 특히 기관투자가의 비중을 높여 코스닥시장 안정화를 도모하는 한편 불성실공시를 일삼는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 투자자들이 믿고 투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서둘러 조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