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최첨단 산업을 이끌고 있는 바이오벤처기업들이 요즘 고유사업보다 건강보조식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물론 경기침체 여파로 투자금이 줄어들어 건강보조식품을 개발, 단기간 내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다. 개발품도 각종 다이어트 식품에서 해조류 건강보조 식품, 특수 영양식품, 정력 증강 식품 등 갖가지다.
물론 바이오 산업 범위은 넓다. 미생물을 이용해 토양을 복원하는 환경바이오를 비롯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기능성 식품을 만드는 식품바이오, 농작물이 병충해에 강하게 자라거나 수확량을 늘릴 수 있는 농업바이오 등도 바이오산업에 포함된다. 이 가운데 전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는 바이오산업은 바로 암이나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등 불치병을 정복할 수 있는 신약 개발이나 며칠이 걸리는 질병진단 과정을 몇 시간으로 단축시키는 바이오칩 분야다.
최근 설립 당시에는 최첨단 바이오 기업임을 내세워 투자금을 확보했던 업체들이 신약 개발 등 장기 프로젝트보다는 단기에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다이어트 식품이나 정력 증강제 등에 연구력을 총동원하는 근본이유는 무엇일까. 연구개발분야를 건강보조식품으로 전환한 기업들은 우리나라에서 바이오벤처가 성장할 만한 토양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어 자생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 벤처투자가들이 단기적인 수익을 노려 바이오벤처기업에 압력을 가하면서 연구방향을 매출이나 수익을 올리는 방향으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한다.
바이오벤처들도 기능성식품 판매로 얻은 수익을 신약개발에 투자하는 장기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하고 있으나 기능성 식품으로 얻은 수익은 그저 회사를 운영하는 정도의 수익원밖에 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많아야 10명 안팎의 연구원을 보유한 바이오벤처기업들이 사업을 세분화해 기능성 식품 연구팀과 신약개발 연구팀을 이원화했다는 것은 어느 쪽도 충실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600여개에 달하는 우리나라 바이오벤처 중 과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회사가 몇개나 나올 수 있을까 의문스럽다.
바이오관련 종사자들은 하나의 세계적인 바이오벤처만 키워도 성공한 것이라고 말하면서 정작 그런 세계 최고는 다른 사람이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바이오기업인과 투자가 모두는 눈앞의 현실에 급급하지 말고 세계적인 바이오벤처를 내손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다시한번 생각해 봐야할 시점이 아닌가 한다.
<과학기술부·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