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로 무너진 세계무역센터(높이 420m·110층)를 능가하는 초고층 건물이 대만에서 추진되고 있다. 타이베이시가 건설하려는 타이베이국제금융센터로 사원을 닮은 독특한 형상 때문에 더욱 주목을 끈다. 미국 테러 사태 때문에 공사가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지만 완성되면 높이 503m(101층)의 세계 최고 건물이 된다.
이 빌딩에서는 건물의 높이 못지 않게 관심을 끄는 게 또 하나 있다. 지하 1층에서 89층의 전망대를 연결하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엘리베이터가 갖춰진다는 점이다.
현재 최고속 엘리베이터는 93년 준공한 일본 요코하마 랜드마크타워(높이 296m·70층)에 납품된 것으로 시속이 45㎞(분속 75m)다. 그런데 타이베이국제금융센터의 엘리베이터는 시속 60.6㎞(분속 1010m)에 달한다.
타이베이금융센터의 초고속 엘리베이터는 일본 도시바엘리베이터에서 수주했다. 이 회사는 지난 93년부터 초고속 엘리베이터의 연구개발을 추진했는데 8년 정도 지나서야 개가를 올린 셈이다.
엘리베이터 시장은 일반 사무빌딩이나 아파트 등에 사용되는 중저속(시속 6.3㎞) 타입이 주류다. 시속 30㎞ 이상의 초고속 타입은 시장성이 낮다. 그러나 개발과정에서 획득하는 신기술은 중저속 타입에 응용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도시바엘리베이터도 이번 초고속 타입 개발에서 신기술을 적지않게 고안했다. 특히 초고속 제품의 최대 과제인 진동·소음·내부기압과 관련한 유익한 기술을 제시해 주목받고 있다.
진동·소음과 관련해서는 우선 다른 초고속 타입에서와 마찬가지로 엘리베이터의 상부와 하부를 유선형으로 해 공기저항을 줄이면서 흔들림과 외부 소리를 반감시켰다. 그리고 엘리베이터의 문과 승강로 사이의 매우 작은 공간으로도 공기가 흐르지 못하도록 형상을 개조해 진동과 소음을 더욱 줄였다.
또 엘리베이터의 길이 되는 가드레일도 개선해 진동을 줄였고 레일을 따라 움직이는 가이드롤러(차륜)에는 충격을 흡수하는 장치를 달았다. 뿐만 아니라 엘리베이터 하부에 액티브 매스 덤퍼(AMD)라는 센서 기능을 갖춘 무게 장치를 부착, 진동 발생시 반대 반향으로 같은 힘이 발생해 진동을 흡수·해소할 수 있게 했다.
엘리베이터 내부의 기압과 그에 따른 귀의 통증 문제는 실제 사람을 동원해 기압 조절 실험을 실시, 엘리베이터가 최적의 상태에서 운행할 수 있도록 내부를 개조했다.
가장 중요한 안전성에 관해서도 3중 4중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해 누구든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면 정상 속도를 넘어설 경우 모터로 통하는 전기가 차단되거나 전자 브레이크가 작동하도록 했다. 또 정상보다 1.3배 빠른 속도로 운행될 때는 비상 정지장치가 작동, 멈추게 된다. 최악의 상황으로 다른 안전장치가 작동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11톤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완충기도 2개 부착했다.
타이베이금융센터는 2003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도시바엘리베이터의 초고속 엘리베이터가 그 때 모습을 드러내고 세계 최고속의 기록을 바꾸게 될지 관심을 끌고 있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