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되는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올해에도 IT 분야에서는 많은 기술 개발이 이뤄졌다.
그동안 하드웨어의 발전이 소프트웨어의 발전을 항상 앞질러왔듯이 올해에도 반도체 분야를 비롯한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각종 신기술이 앞다퉈 쏟아져 나왔다. 특히 반도체 분야의 경우 반도체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려줄 수 있는 신기술이 잇따라 개발돼 ‘트랜지스터의 성능은 18개월마다 2배씩 향상된다’는 무어의 법칙이 여전히 유효하게 될 전망이다.
일례로 지난 5월 IBM·인텔 등의 업계 및 학계 컨소시엄인 EUV(Extreme Ultra-Violet)컨소시엄이 극자외선을 이용해 반도체의 회로 선폭을 0.07미크론까지 줄일 수 있도록 해주는 EUV리소그래피 장비의 프로토타입을 선보였다. EUV컨소시엄측은 이 장비를 이용하면 2006년께 0.007미크론 회로선폭의 10㎓ 프로세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어 9월에는 모토로라가 EUV 리소그래피 장비에 필요한 핵심 부자재인 EUV 포토마스크까지 개발해냈다. 이밖에 실리콘 게르마늄 칩(온세미컨덕터·IBM·인텔 5∼6월), 이중 게이트 트랜지스터(IBM 12월) 등이 등장했다.
반도체의 크기가 점점 작아지면서 제한된 반도체 내부에 보다 많은 회로를 직접해주는 기술도 주목 받았다.
지난 6월 심플렉스솔루션스와 일본 도시바는 마이크로 칩의 트랜지스터와 극소 스위치를 지금까지 직각 격자 형태로 배치했던 것과는 달리 대각선상으로 배치해 집적도를 높이고 전력소모를 줄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밖에 단일 칩 내부에 여러 층의 능동 회로를 쌓아올리는 적층 메모리 기술(미 매트릭스세미컨덕터 12월), 플래시 메모리의 용량을 16기가비트까지 늘려주는 3차원 배열기술(일 샤프·도호쿠대 12월) 등도 반도체 집적도 향상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의 트랜지스터와는 개념이 다른 트랜지스터 기술도 다수 등장했다.
7월 휴렛패커드와 UCLA 공동연구팀은 분자크기의 스위치와 각각 원자 6∼10개, 2개 정도에 해당하는 폭과 높이의 화학적인 배선을 연결시키는 방법에 대한 특허를 획득했다. 이어 10월에는 루슨트테크놀로지스 벨연구소의 연구팀이 탄소·수소·황 등의 유기분자로 구성된 트랜지스터를 개발하고 이를 이용해 표준 논리회로인 전압인버터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밖에 후지쯔연구소의 기술자들은 유리기판에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실장할 수 있는 폴리실리콘 디스플레이 제조공정기술을 선보였다.
생명공학이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생명공학과 IT의 접목이 이뤄지기도 했다.
지난 8월 옵토바이오닉스는 광생체공학 칩을 망막이 손상된 3명의 환자 눈에 이식했으며 뮌헨의 맥스플랭크생화학연구소는 지난 10월 달팽이의 뉴런과 실리콘을 결합시키는 데 성공했다. 11월에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는 DNA를 소프트웨어로 사용하고 효소를 하드웨어로 사용하면서 연산 기능을 실행하는 DNA 컴퓨터를 만들어냈다.
물론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적지 않는 신기술이 개발됐는데 특히 휴먼 인터페이스 분야가 두드러졌다.
7월 IBM 토머스왓슨연구소는 운전자와 양방향으로 상호작용하면서 졸음운전을 방지해주는 인공지능 SW를 선보였다. 이어 다음달에는 AT&T연구소가 특정 인간의 목소리를 그대로 재현해주는 음성인식 소프트웨어인 ‘내추럴보이스”를, 일본과학기술이 사람이 많이 모인 실내에서도 인간 목소리를 구분해내는 로봇 ‘시그’를 각각 개발했다.
통신·네트워킹 분야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지난 9월 브뤼셀자유대학의 마르코 도리고 교수는 개미로부터 영감을 받아 통신망이 항상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인공 개미’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또 11월 유럽항공청(ESA)과 프랑스 항공당국인 시네스(CNES)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위성간 레이저 통신에 성공했다.
이밖에 제트기보다 3배 높은 10만피트 상공에서 수개월간 순항할 수 있는 무인 태양렬 항공기 ‘헬리오스’의 시험비행이 6월에 이뤄졌고 이달에는 인터넷 보다 훌륭한 발명품으로 주목을 받아오던 1인승 전기 스쿠터 ‘세그웨이(코드명 진저)’가 이목을 끌었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