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장이 하나로 통합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간단하다. 기술과 마케팅 능력 등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모든 부문에서 세계 최고가 될 수는 없는 법. 따라서 모자라는 부분은 외부 전문업체에 맡겨 기업의 기초체력을 보강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른바 외부조달(아웃소싱)이다. 그 동안 콜센터 운영 등 극히 제한적인 분야에서 활용되던 아웃소싱이 최근 신제품 개발 및 제조 분야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또 아웃소싱은 회사경영의 핵심이 되는 인사와 구매관련 업무 등에도 깊숙하게 침투하고 있다. 이를 특별히 ‘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BPO)’이라고 부른다. 포레스터리서치(http://www.forrester.com)와 공동으로 기획하는 ‘EC커런트’ 올해 첫번째 이야기는 회사 업무처리 전과정을 외부 업체에 맡기는 BPO 도입 필요성과 이를 성공시키는 전략이다.
포레스터리서치는 최근 정보기술(IT)을 활용하는 ‘신경영’의 화두로 인식되고 있는 BPO를 성공적으로 도입하는 방법론을 제시하기 위해 포천 500대 기업의 최고정보책임자(CIO)를 대상으로 기업들의 BPO 도입현황 및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들의 답변내용을 정리하면 3, 4가지 뚜렷한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79%에 달하는 업체들이 BPO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에 45%가 비핵심역량 업무를 외부 업체에 맡기는 것으로 나타났고 34%가 새로운 투자를 피하기 위해 아웃소싱을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전세계 기업들 사이에 불고 있는 BPO 바람을 읽을 수 있다. 화학회사 한 임원은 “창고를 운영하는 것은 우리의 핵심역량과는 거리가 멀다고 판단해 아웃소싱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또 제약회사의 한 임원은 “기획 및 구매 등의 업무에 전념하기 위해 물류를 아웃소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BPO를 도입하면서 기대하는 효과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응답은 비용절감(37%)과 내부자원 부족(18%), 전문성(13%), 업계 관행(3%), 대 고객 서비스 향상(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기업들이 BPO를 도입한 것이 바로 경쟁력 향상으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그 원인은 세번째 설문에 대한 답변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아웃소싱과 자체적으로 처리하는 업무간 연계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답변한 기업이 무려 79%나 차지했다. 또 기업의 핵심 경쟁요소를 향상시키기 위해 아웃소싱을 도입했다고 답변한 기업도 32%를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아웃소싱 관련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부서도 회사사정에 따라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부서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아웃소싱 관련 업무를 맡기고 있는 회사가 34%로 제일 많았고 그 뒤를 이어 최고경영자(24%)와 마케팅부서(22%)에서 이를 담당하는 곳도 상당수 있었다. 그러나 IT관련 부서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포레스터리서치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한마디로 아웃소싱 도입의 필요성은 절감하지만 이를 어떻게 실천에 옮길지 전략을 마련하지 못해 아직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포레스터리서치는 그 이유를 2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우선 대부분의 업체들이 BPO를 자체적으로 처리하는 업무와 연계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생산성 향상은 고사하고 오히려 소비자 만족도만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일례로 콜센터를 운영하는 것은 고객관리의 가장 핵심이 되는 업무인데 이를 외부 업체에 맡겨 놓으면 고객 정보의 통합관리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또 기업들이 아웃소싱을 활용해 서비스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마련해 시행하는 기업은 극소수에 그친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외주를 주는 기업들이 풍부한 사업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아웃소싱 업체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역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포레스터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BPO 수발주 기업 간 업무처리가 마치 하나의 기업이 하는 것처럼 ‘완전 통합(interwined)·운영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아웃소싱을 비핵심 업무를 대체하는 것뿐만 아니라 회사 경영의 핵심이 되는 업무의 생산성을 향상하는 데에도 적극 도입할 것을 권했다.
인터와인드BPO 도입업체들은 BPO 서비스 업체들과 긴밀하게 협력하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세계 최대 네트워크업체 시스코는 제품판매와 제조, 물류 등 회사 경영 거의 전 분야에 걸쳐 BPO를 활용하고 있다. 시스코는 이들 분야를 제외한 신제품 개발업무에만 매달린 결과 세계 최강의 네트워크업체로 올라설 수 있었다.
BPO 도입의 당위성을 확인했다면 그 다음 급선무는 BPO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BPO 도입 업체와 BPO 서비스업체가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다. 먼저 BPO를 도입하는 업체는 무엇보다도 BPO 도입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BPO 서비스 업체가 관련 업무를 추진하는 데에도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BPO 서비스 제공업체는 BPO를 도입하는 고객의 목표를 충족시켜준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또 고객 업체의 경영에 대해 시시콜콜 참견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 고객 회사의 비즈니스 전략 수립에 있어 광의의 아웃소싱 전략을 도입해야 한다. 또 고객 회사 내부의 모든 역량을 측정, 평가해 이용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고객이 서비스 제공자와 하나로 결합, 보다 나은 경영을 펼칠 때 비로소 BPO를 도입한 성과가 나타난다. 이를 위해 고객과 BPO 서비스 제공업체가 풀어야 할 숙제는 3가지다.
1. 업무 처리방식 통합
우선 BPO 도입 업체는 이와 관련된 업무를 전담할 직원을 두어야 한다. 또 아웃소싱한 업무와 내부적으로 수행된 업무를 원활하게 연결하기 위해 외부 서비스 업체와 고객 업체 직원들로 구성된 전담팀을 구성한다. 팀은 또 기업의 프로세스와 시간에 걸친 잠재적 변화에 대한 모델링 등에서 잠재적 변화를 위한 시나리오 계획을 다룬다.
2. BPO 도입성과 측정 및 공유
BPO 도입 및 서비스 제공업체는 매 분기마다 BPO 업무처리 방식을 개선하고 그 결과를 수치로 평가해 공유한다. 이 같은 공동의 개선 노력은 양 당사자가 진행중인 개선을 수용하기 위해 만들어야할 계약서상에 명문화한다.
3. 정보공유측정기술 개발
BPO 도입 및 서비스 제공업체는 통합 BPO 처리의 성과를 확인하고 이를 극대화하기 위한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 이러한 분야 전문업체로는 모델링 기술로 유명한 인텔리콥(Intellicorp.)과 최근 기업간(B2B) 전자상거래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비트리아테크놀로지(Vitria Technology) 등을 들 수 있다.
<정리=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