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회 문화가 인터넷으로 날개를 달았다.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실시간 의견 개진과 정보교환이 가능해지면서 질적·양적으로 일취월장한 것이다.
소비자상품인 휴대폰을 중심으로 하는 이동통신 동호회의 활동도 활발하다. 예를 들어 PC통신에 뿌리를 두고 결성된 이사연(이동통신사용자모임연합회)은 불량 휴대폰을 리콜하고 이동전화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밑거름이 되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 이사연은 ‘참여하지 않는 소비자의 권리는 없다’는 모티브를 내세우며 새로운 소비자 문화의 전형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휴대폰 제조업체나 이동전화서비스사업자들도 인터넷 동호회 게시판을 중요한 소비자 피드백 창구로 여긴다. 실제 삼성전자나 LG전자는 고객 관련 팀을 통해 매일 인터넷 이동통신 동호회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검색해 상품기획·마케팅 전략에 반영한다.
그런데 입에는 꿀을 바르고 뱃속에는 칼을 품은 구밀복검(口蜜腹劍)형 동호회 운영자들이 있어 문제다. 동호회를 사적 이익실현의 수단으로 삼아 휴대폰 제조업체와 서비스사업자들에게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 휴대폰 시장에 진출한 노키아는 뜻밖의 메일을 받았다. 몇몇 동호회 운영자들이 노키아 제품 리뷰를 위한 협조를 요청해온 것.
노키아는 긍정적으로 검토했다. 인터넷 동호회를 통한 제품 마케팅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호회별로 규모(회원수)와 영향력을 파악하기 힘든 데다 일부 운영자가 납득하기 어려운 고자세를 견지하는 바람에 지원 계획을 접었다.
노키아의 한 관계자는 “몇몇 동호회 운영자가 휴대폰 공짜 지원과 인터넷 광고 게재를 요구하면서 자신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골치아플 것이라는 협박성 발언을 일삼았다”고 전했다.
구밀복검은 당나라 현종시대의 간신인 이임보에서 유래했다. 그로 인해 절개가 곧은 신하와 백성의 충언이 현종에게 전해지지 못했다. 올바른 이동통신 소비자운동을 위해 구밀복검형 동호회 운영자들의 각성이 필요하다.
<정보통신부·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