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유럽-英 "초고속인터넷 `거미줄`친다"

영국 정부와 통신업계가 초고속인터넷서비스 보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간 초고속인터넷 보급에 걸림돌로 지목돼온 높은 서비스 가격과 이용회선 부족, 불합리한 통신업체간 역할분담, 소비자 무관심 등에 정부와 업계가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영국의 초고속인터넷 이용자 수는 전체 인구의 1%에도 못미치는 실정으로 유럽에서도 최하위권에 속한다. 지난해 신규 초고속인터넷 이용자 수도 주당 300명 선을 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독일의 3000명 수준의 10분의 1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처럼 낮은 보급률은 2000년 9월 토니 블레어 총리가 UK온라인화 정책을 공식 선언한 이후에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와 업계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지난해 말 정부의 인터넷 자문기구인 BSG(Broadband Stakeholder Group)가 국가의 온라인 투자확대를 요청하는 보고서를 발표한 일이나 거의 같은 시기에 웨일스 기업인 베리데스몬드를 중심으로 정부의 초고속인터넷 보급 노력을 촉구하는 100만명 서명운동이 벌어진 일 등도 모두 이 같은 우려를 방증하는 것이다.

 영국의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이 낮은 이유는 무엇보다 턱없이 비싼 서비스 이용료 때문이다. 일례로 영국 소비자가 BT의 ADSL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모뎀 설치비로 75파운드, 월간 회선이용료로 39.99파운드를 지불해야 하지만 독일의 경우 그 비용은 모뎀 설치비 30파운드, 월회선이용료 20파운드로 영국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통신회선 부족도 또 다른 두통거리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영국인의 22%가 초고속인터넷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어도 통신회선 부족 때문에 이를 이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소비자 무관심 역시 큰 장애요인이라고 정부와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로 영국 정부는 소비자들의 초고속인터넷서비스 이용을 돕기 위해 각 지역에 UK온라인센터를 설치, 각종 인터넷 정보와 기술적 자문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뒤떨어진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을 만회하기 위한 영국 정부와 업계의 노력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정부는 BSG의 건의를 받아들여 국가의 대온라인 투자를 크게 확대할 방침이다. 더글러스 알렉산더 e통상장관을 중심으로 신규 광통신망 구축을 위한 정부투자계획이 논의되고 있으며, 중소기업의 인터넷 사용료에 대해서는 세금공제 혜택을 부여한다는 방침이 이미 정해졌다.

 또 온라인 콘텐츠 제공업체들의 연구 개발투자에도 각종 세제혜택을 도입할 계획이다. BT가 독점하고 있는 각 지역 전화교환국의 운영방식 역시 일부 수정, 초고속인터넷서비스 제공업체로 하여금 BT의 통신회선을 보다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끔 만들 방침이다.

 정부의 인터넷 관련 홍보캠페인도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지난해 말 유명 연예인들이 나서 ‘인터넷 사용의 장점과 정부의 UK온라인센터 이용방법 등’을 홍보하는 TV광고 캠페인을 벌인 데 이어 올해 초에도 비슷한 내용의 TV광고가 또 다시 전파를 탈 예정이다. 정부의 인터넷 정책관련 협의기구인 e엔보이(envoy) 역시 300만파운드 규모의 인터넷 홍보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한편 영국 통신업계는 비싼 인터넷 이용요금을 인하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BT는 이달 중순께 DIY 초고속인터넷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서비스는 소비자들이 엔지니어의 도움 없이 직접 필요한 장비를 구입, ADSL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기 때문에 모뎀 설치비용이 그만큼 절약되고, 또 소비자가 원하는 시점에 즉시 서비스받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최소 서비스 계약기간이 기존의 12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된다는 점도 소비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통신업계는 젊은층의 초고속인터넷 접속을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관련 서비스 개발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말 BT는 ADSL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클래식 음악에 대한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클래식 음악 등록서비스를 실시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더해 올해는 200여가지 온라인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게임 등록서비스가 실시되고 이 서비스는 BT 이외의 다른 영국내 초고속인터넷서비스 제공업체에도 공개될 예정이다.

 영국 정부와 업계는 인터넷에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 50대 이상의 나이든 계층을 상대로 한 인터넷 홍보사업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UK온라인과 자선단체 에이지컨선(Age Concern) 그리고 금융기관 아비내셔널(Abbey National) 등이 공동으로 조인트벤처를 결성, 장노년층에 대한 인터넷 보급사업에 앞장서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에이지컨선은 올해부터 영국 전역에 걸쳐 50대 이상을 위한 무료 인터넷센터를 개설하고 운영은 인터넷 전문 자원봉사자들에게 맡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