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유명한 역술인 몇 명이 ‘2002년은 문화산업의 해가 될 것’이라는 예언을 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문화는 문화일 뿐 어떻게 산업이 될 수 있느냐’는 순수문화론이 대세를 이루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처럼 장밋빛 희망으로 새해를 맞는 문화산업계는 결코 지난해를 잊지 못한다. 문화산업이 그 어느 해보다 풍성한 성과를 거뒀을 뿐 아니라 정부에서도 문화콘텐츠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정하고 범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지원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문화관광부가 CT(Culture Technology)라는 개념을 들고 나오면서 문화콘텐츠산업은 IT·NT·ET·BT 등과 함께 국민정부가 중점적으로 육성해야 하는 5대 신사업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이뿐 아니다. 우리 손으로 만든 영화들이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들을 꼼짝 못하게 하면서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열었다. 전국 800만 관객 동원이라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세운 ‘친구’를 비롯해 ‘신라의 달밤’ ‘조폭 마누라’ 등이 500만 관객을 불러모았다.
또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인 ‘큐빅스’가 최초로 미국 시장에 진출해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엽기토끼 ‘마시마로’가 인터넷을 통해 플래시 애니메이션으로 큰 인기를 얻으면서 최고의 캐릭터로 부상했다. 온라인 게임인 ‘리니지’를 대표로 하는 게임산업도 눈부신 성장과 함께 해외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지난해 문화산업이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해도 더 높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를 보완하고 고쳐야 할 과제들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가 반도체와 조선 등 몇몇 분야에서는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문화산업은 세계 시장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문화산업 육성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 관계자들의 인식부터 달라져야 한다. 부처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문화산업을 포괄하는 범정부 차원의 육성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전자책(e북)·모바일 콘텐츠·저작권보호기술(DRM) 등 급부상하고 있는 신종 콘텐츠산업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또 유능한 콘텐츠 창작인력의 육성도 중요한 과제다. 콘텐츠산업의 경쟁력은 뭐니 뭐니 해도 사람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와 마케팅기법 개발 등 콘텐츠 수출과 관련한 정책도 집중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문화산업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순수 문화 그 자체를 경시하는 풍조를 경계해야 할 것이다. 문화를 산업화하기 위해서는 그 알맹이라 할 수 있는 문화적 기반이 든든해야 한다. 국적 불명의 문화만을 양산하고 산업화한다면 그 실상은 참담할 수밖에 없다.
임오년 올해는 우리 문화에 대한 강한 애정와 함께 우리 문화산업의 세계화에 투자를 아끼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병억 부장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