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iztoday.com=본지특약】 인터넷 도메인 관리기관인 ICANN(icann.org) 회장이며 TCP/IP의 공동개발자인 빈트 서프는 인터넷의 아버지로 통하는 인물이다. 올해로 59세에 접어든 서프 박사는 인터넷 시대를 연 하이테크 분야의 선구자면서 14살 때부터 보청기를 사용하기 시작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현재 장거리 전화업체 월드컴(worldcom.com)의 인터넷 담당 수석 부사장이라는 직책을 갖고 있지만 인터넷의 대부답게 ‘인터넷 전도사’라는 역할을 수행하는 데 더 열중이다. 서프 박사는 북부 버지니아에서 35년간 해로하고 있는 부인 시그리드와 살고 있다. 부인 역시 보청기를 사용하고 있다. 다음은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서프 박사 자택에서 가진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집안에 컴퓨터가 다섯대나 되는 이유는.
▲출가한 아들 두명이 사용하던 컴퓨터를 그대로 두고 나갔기 때문이다. 여러대의 컴퓨터를 각각 다른 용도로 십분 활용하고 있다.
―언뜻 이해가 안되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컴퓨터가 여러대인 만큼 PC마다 특정한 용도를 정해 사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노트북컴퓨터는 어떤 모델을 사용하나.
▲나는 IBM 싱크패드를 사용하고 아내는 티타늄 케이스로 된 파워북을 갖고 있다. 파워북같은 제품은 나로서는 지나치게 화려해 사용하기가 부담스럽다.
―어떤 운용체계를 선호하나.
▲한가지를 고집하기보다는 다양하게 사용하는 편이다. 다만 시간이 허락지 않아 리눅스 서버는 아직 써보지 못했다.
―PDA는 어떤 제품을 사용하나.
▲팜을 사용한다. 대부분 약속이나 주소정리 등 일정관리에 사용하고 있다. PDA를 이용한 인터넷 검색은 단말기 자체도 작고 화면도 좁아 그리 편리하지 않은 편이다. 물론 간단한 메모를 할 때는 쓸모가 많다. 다만 PDA와 같은 장치가 종이와 펜을 대신할 만큼 보편화되면 언젠가 사람들의 글씨체도 바뀌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든다.
―PDA는 무엇보다 휴대가 용이하다는 게 편리하지 않은가.
▲들고 다닐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편리한 점이다. 그러나 컴퓨터를 휴대한다는 것이 아직은 번거로운 측면이 많다. 노트북을 제대로 이용하려면 배터리, 어댑터, 케이블 등 함께 챙겨야 할 물건이 많아 여행 갈때면 한짐의 보따리가 되곤 한다. 노트북컴퓨터에다 PDA나 휴대폰까지 함께 지니고 다니면 짐은 더 늘어난다.
차라리 배트맨이 차고 다니는 만능 벨트라도 사용하는 게 나을 것 같다. 그러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PDA가 나오는 등 기술이 점차 개선되고 있으므로 앞으로는 더 편리해질 것이다.
―그밖에 들고 다니는 장비가 있다면.
▲양방향 호출기를 항상 휴대한다. 모토로라 제품이 뉴스검색 등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어 가장 마음에 든다. 9·11 테러 당시 시카고의 한 빌딩 지하에 갇혀 있을 때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었지만 대신 호출기의 인스턴트 메시징과 e메일 기능 덕분에 외부와 연락이 닿을 수 있었다.
당시 경험 때문에 인터넷이 통신수단으로서 얼마나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지를 절감하게 됐다. 다양한 방식의 모든 통신수단이 호환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나의 꿈이다. 호출기가 아니라 휴대폰을 통해 e메일을 보낼 수 있었다면 더 없이 좋았을 것이다.
―홈 시어터나 오디오 시스템은 어떤 제품을 사용하나.
▲친구들이 사용하는 제품에 비하면 보잘 것 없다. 홈 시어터에는 큰 관심이 없는 편이라 대형 스크린 TV와 DVD 플레이어 정도를 사용하고 있다.
―하이테크 분야에 전념했기 때문에 인생이 달라졌다고 생각하나.
▲기술은 내 인생이나 다름없다. 청력이 날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지만 보청기 기술도 그만큼 발전해 별 불편없이 생활하고 있다.
―일전에 듣기가 불편한 부인이 직접 전화를 받기에 놀란 적이 있는데.
▲달팽이관 보청수술이라는 첨단 기술 덕분이다. 이 수술은 귀 바로 뒤편에 보청기를 이식하는 방법으로 심각한 청각 장애자도 직접 전화를 할 수 있게 해준다.
내 인생을 무엇보다 뒤바꾼 것은 인터넷이라 할 수 있다. 인터넷을 이용해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를 검색하면서 나 자신도 인터넷의 편리함에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인터넷의 편리함을 한단계 끌어 올리는 수많은 응용 프로그램이 속속 개발되고 있는 것도 즐거운 점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사람들의 삶이 과거보다 복잡해지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기술 덕분에 삶의 질이 개선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이는 감사한 일이다.
<마이클최기자 michael@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