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디지털시대의 `적자생존`

◆박규태 산업기술연구회 이사장

디지털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이란 말은 영국의 박물학자인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1823∼1913)가 만들어 냈지만 디지털시대에 특히 실감나는 말이다. 우리가 고품질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발전하는 디지털시대에 적응하여야 하고 날로 배우고 따라가지 않으면 시대의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쓰는 PC는 디지털시대의 대표적 도구로서 우리 생활에 충분히 활용해야 함은 물론이고 금년에 본격적으로 방영될 지상파 디지털TV와 디지털위성방송은 모두 100여개의 채널이 되기 때문에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호하여 즐길 수 있으므로 생활의 질을 한층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개인의 기호에 따라 골라 볼 수 있는 VOD는 디지털기술의 획기적인 산물로서 선택되지 못한 프로그램은 존속하지 못하는 치열한 경쟁의 일면을 갖기도 한다.

 즐겁게 살고자 하는 것은 인간 모두의 소망이자 특권이다. 잘 알고 사용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디지털기기의 하나인 휴대전화의 경우만 해도 중요한 기능이 80가지가 넘는다.

 우리 주변에 산재해 있는 디지털기기들의 기능을 잘 이해하고 적절히 쓰는 일은 생활의 즐거움이고 지혜이며 과학의 길이다. 지혜롭게 사는 것은 현명한 사람이 택할 수 있는 길일 것이다.

 빌 게이츠는 21세기를 속도의 시대라고 말했다. 이 시대를 대변하는 컴퓨터를 이용한 인터넷과 전자우편 같은 디지털 수단들은 이제 필수적인 것이 되었다. 장문의 편지를 클릭 한 번으로 머나먼 런던이나 뉴욕으로 보내고 받을 수 있는 것은 참으로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전자우편 주소가 없다면 외로운 사람이고 시대의 고아가 될 것이다. e메일을 보내는 것은 물론 받은 편지는 즉시 회답하는 것을 기쁨으로 삼아야겠다.

 한편 전자상거래를 통하여 기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디지털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상하종횡으로 크로스 체킹을 할 수 있어 투명하고 정직한 사회를 만드는 방안의 하나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에게 ‘빨리빨리’는 몸에 배어 있다. 이 말은 부정적인 표현으로 세계에 널리 알려졌지만 사실은 디지털시대에 가장 적합한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성질이 우리의 고유한 속성이라면 이를 잘 활용하여 21세기는 한민족의 시대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의 험준한 산악지대에서 소련제 무기와 미제 스팅거 미사일로 무장하고 동굴의 요새 안에 숨어 대항하는 텔레반을 짧은 기간에 제압할 수 있었던 것은 10억분의 1초인 나노(nano)초의 단위를 사용하는 디지털기술과 ‘빨리빨리’를 적극 활용한 덕분이었다. 토마호크(Tomahawk) 미사일이 정확히 목표를 가격한 것과 무인정찰기 프레더터(Predator)가 전천후로 족집게처럼 적진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던 것은 인공위성을 통한 디지털 영상처리 기술과 통신기술이었고 또한 F18과 같은 초음속 전투기에서 조종사가 ‘빨리빨리’보다 더 빨리 유도탄을 목표물에 명중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금년의 국제행사 중 한국과 일본에서 6월 한달 동안 펼쳐질 2002 월드컵경기에서는 세계를 놀라게 할 일들이 많이 출현할 것 같다. 4년 전의 월드컵과 비교해 디지털기술이 더욱 발전되어 현장감이 있는 파노라마 영상을 비롯, 데이터도 함께 방송하는 새로운 기술들이 등장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한일 양국에서 세계로 송출되는 이번 월드컵은 디지털기술의 경연장이 될 것이 자명하다. 세계의 축구 32강이 한·일 두 나라의 스무곳이나 되는 경기장에서 불꽃튀는 경기를 벌이는 것은 가히 세계적인 축제가 될 것이다. 새 축구영웅들이 탄생할 것이며 속출하는 절묘한 묘기들을 디지털TV를 통하여 안방에 앉아 즐기는 것은 대단히 스릴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번 기회에 월드컵 경기의 주최국으로서 매사에 디지털기술처럼 빈틈없고 신속 정확하게 우리의 ‘빨리빨리’를 세계에 보여주어야 하겠다.

 과학기술은 예상한 것보다 앞서 발전한 적이 많았다. 우리가 무엇을 상상하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앞으로 5년 동안 국가예산의 35조원을 과학기술의 연구개발비에 투입키로 계획하고 있다. 우리 연구자들은 창의적 생각과 국제화에 눈을 뜨고 엉뚱한 상상도 하면서 디지털기술을 비롯한 연구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여 새로운 21세기에 도전하여야 되겠다. 계획은 성공의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