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파일>터키의 위기와 IMF의 선택

 12월 13일, 아르헨티나의 임시 대통령이 사상 최대 규모인 132억달러의 채무 이행을 일시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세계 금융시장은 전율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벌어진 이러한 사태는 마찬가지로 막대한 외채를 안고 있는 터키에서도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01년 초 115억달러에 달한 터키의 외채는 그 경제 규모를 아르헨티나와 비교할 때, 심지어 아르헨티나가 디폴트를 선언한 시점의 규모와 비교해도 훨씬 큰 셈이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와는 달리 터키는 미국의 전략적 동맹이었다. 따라서 IMF는 터키를 비난하기보다는 추가적 신용 공여와 신속한 자금 수혈로 북돋워 주었다.

 IMF의 지도자들은 터키에 대한 이러한 과정이 궁극적으로는 더욱 큰 재앙을 초래하게 되고, 터키의 부채를 지탱해줄 수 없는 상황이 오면 IMF 자신에도 어쩌면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을 아르헨티나에서의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비록 그러한 시나리오가 당장 벌어질 일은 아니지만, IMF에는 몇가지 선택을 남겨준다. IMF는 터키 정부에 대한 차관을 중단하고 터키와 발칸 지역 터키의 교역 상대국 및 유럽의 금융기관들을 혼란으로 몰아넣으면서 터키를 디폴트 상태로 만들든지 아니면 IMF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부채 탕감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IMF는 제3의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것은 ‘국가 파산’의 방법이다. 이것은 ‘워크아웃 방식’으로 알려져 있으며, 국가로 하여금 재무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잠정적으로 채무 상환을 동결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하에서는 IMF가 부분적 채무탕감과 잔여 채무에 대해 관대한 상환 조건의 제시를 주도할 명분을 가진다. 이는 터키에 대한 개별 채권자들에 압력을 가하게 되어, 아니면 채권 전체를 뜯기는 것을 개별 채권자들이 스스로 우려하여 막대한 규모의 채무를 탕감해주게 될 것이다. 사실상, 개별 채권자들은 터키를 억지로라도 스스로 지탱하게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놓인 IMF의 부담을 덜어주게 될 것이다.

 터키는 세계 16위의 경제 규모를 가지고 있다. 유럽의 은행들은 터키에 43억 달러의 채권을 가지고 있어 터키의 금융이 붕괴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또한 세계 금융 시장이 단기간 동안 아르헨티나와 터키 두 나라의 채무불이행 상황을 견뎌낼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터키와 IMF 사이에 현재 토의되고 있는 사안은 이미 승인된 자금이 정당화되기 위해 터키 국민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자금의 지원을 신속하게 받을 수 있는가다. IMF는 11월 28일 310억달러를 추가 지원함으로써 99년 이래 총 차관 공여액이 155억달러에 이르게 되었다.

 IMF(미국 정부로 읽어도 무방하다)는 위험 신호를 감지해왔지만 터키 정부를 위해 또 다른 차관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아마도 160억달러에 이르게 될 새로운 지원금은 터키가 기존 채무를 이행하기 위해 필수적인 재정 수입 시점과의 갭을 메워주는 브리지론으로 지원된다. 다른 지원책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터키는 붕괴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차관들은 단지 터키의 장기 외채 부담을 가중시킬 뿐이다.

 터키의 외채는 이미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섰다. 아르헨티나가 디폴트를 선언한 지난 12월 말 시점에서 아르헨티나의 외채는 GDP의 46%에 불과했다. 그러나 세계은행은 2001년 초 터키의 외채를 GDP의 58%로 추정했다. 2001년 터키의 GDP는 8% 감소한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IMF의 추가 지원까지 받았으므로 외채 비율은 GDP의 70% 선까지 급등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그러한 부담은 신속한 신용한도의 단절로 이르게 마련이지만 미국 입장에서 볼 때 터키의 전략적 위상은 IMF가 계속 돈을 내놓게 만들 것이다. 이는 미국 정부가 터키의 군사적, 정치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한 계속될 것이며 이는 한 두 해로 끝날 일이 아니다.

 그러나 단 하나의 지원 대상국에 평균 20억달러씩 매월 지원하는 것은 어떤 전주라도 진절머리를 낼 것이며 특히 세계적 침체 상황에서는 더욱 끔찍한 일일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IMF에는 다음과 같은 선택만이 남을 것이다. 터키를 파산 처리하고 새로운 ‘워크아웃 방식’이 IMF 자신의 재정 붕괴를 상쇄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많은 채권자들에게 고통을 분산시킬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