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지난해보다 더 많은 규모의 자금을 벤처에 투입한다는 소식이다.
중소기업청을 비롯한 정통부·과기부·문광부 등 벤처와 관련한 7개 정부부처는 올해 벤처투자조합 출자예산을 4700억원으로 잡고 있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무려 57%나 많은 것이다. 특히 정부는 이같은 금액의 대부분을 상반기에 집행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예상보다 더 많은 자금이 투입될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정부가 자금력이 부족한 벤처기업에 새해 벽두부터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을 보면 벤처육성에 대한 정책의지는 높이 평가할 만한 일이다.
정부는 아울러 벤처기업지원제도를 점검하고 사전·사후 관리감독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벤처 자금지원이 내실을 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지난 연말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정책평가회에서 벤처기업 육성과 관련이 있는 정부부처가 거의 모두 효율적 지원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결과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자금만 우선적으로 지원키로 한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 우선 벤처산업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육성의지와는 달리 지난 2∼3년 전부터 지금까지 벤처기업과 관련한 각종 의혹사건이 꼬리를 물고 있기 때문이다. 불미스러운 사건이 벤처를 중심으로 일어난 것은 일부 기업가들이 정부의 벤처육성 방침에 편승해 그것을 이용한 것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일부 벤처기업의 편법과 탈법 등은 많은 선량한 벤처기업과 국민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다시는 지금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벤처자금지원의 제도적 보완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올해 정부가 벤처에 대한 자금지원을 지난해보다 늘릴 경우 다시 그러한 일이 재발하면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벤처산업의 육성은 구두선에 그치고 말 것이다.
정부가 자금지원 시기를 상반기에 집중키로 한 것도 신중히 고려해야 할 점이다. 벤처를 지원하는 것이 시급한 일이긴 하지만 현재 자금지원제도에 보완점이 있는 게 사실인 점을 감안하면 그 시기를 꼭 상반기로 한정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것은 자금지원제도를 정비한 후 내실있게 자금을 지원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올해 6월 열리는 월드컵행사와 연말로 예정된 선거 등을 겨낭해 조기에 침체된 국내 경기를 인위적으로 부양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가 벤처기업에 대한 옥석을 가릴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는 일이다. 벤처기업 성공률이 가뜩이나 낮은 상황에서 올해도 예년과 다름없이 많은 자금만 지원하게 되면 벤처기업 사산율만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것은 한정된 정부의 자원을 조기에 고갈시켜 자격있고 능력있는 벤처기업이 자금을 지원받을 기회를 박탈하게 될 수 있다.
정부가 벤처에 대한 자금지원 규모를 늘리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은 자금지원 자격과 절차를 엄격히 해 벤처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다면 벤처기업들도 단순한 아이디어나 기술로 자금을 지원받아 성공률이 희박한 분야에 도박을 하는 일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벤처기업이 기술과 아이디어를 상품화로 연결할 수 있는 분야에 승부를 거는 바람직한 분위기 조성은 정부의 올바른 자금지원제도에 달렸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