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ADSL장비 수출확대 전략이 지난해 상당히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0만회선 규모의 ADSL장비를 국내외에 공급했는데 이 가운데 수출물량이 전체 판매량의 10%에 불과한 10만회선에 그쳐 당초 ADSL을 수출 주력상품의 하나로 육성하겠다던 삼성전자의 계획에 상당한 차질을 초래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같은 삼성의 수출부진은 지난해 4월 KT의 입찰에서 회선당 137달러의 가격으로 수주권을 획득, 알카텔과 함께 ADSL의 가격 하락을 주도했기에 국내 ADSL 공급업체들로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당시 삼성전자는 ADSL 시장질서를 흐린다는 지적에 대해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해 해외시장 공략에 본격 나설 계획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가격인하 공세가 불가피했다”는 명분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특히 KT입찰에서 수주권을 획득한 후 수출물량 확대를 통해 2001년 세계시장 점유율 20%를 달성하고 2002년에는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삼성전자의 ADSL 공급물량은 미국 델로로그룹의 자료에 따르면 연간 2000만회선 정도로 전망되는 세계시장의 5% 수준을 차지하는데 머물렀다. 수출물량도 삼성전자가 당초 최소한의 기대치라고 밝혔던 50만회선의 20%에 불과한 수준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ADSL사업이 부진했던 것은 해외 ADSL장비 공급업체들이 알카텔과 삼성전자의 가격인하를 계기로 앞다퉈 저가 수주경쟁에 참여, 삼성전자의 가격인하 공세가 해외시장에서 별다른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는 등 ADSL 시장환경이 삼성전자의 예상과는 크게 다르게 전개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는 전반적인 시장상황이 별로 좋지 않아 기대 이하의 사업성과가 나타났다”며 “올해에는 수출물량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나 ADSL 수출사업화 전략이 본 궤도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