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영업의 힘

 “매출 3000억원이요? 글쎄, 모르긴 몰라도 가능할 겁니다. 돌이켜 생각해 봐도 경이적인 기록입니다. 그러나 알고 보면 뒤돌아 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온 영업의 힘입니다.”

 지난해말 벤처업계에 소리없는 지진이 일어났다. 창업 4년여만에 약 4000억원의 매출 달성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업체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코어세스(구 미디어링크). 창업초기 인터넷전송장비인 비동기(ATM)스위치를 개발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업체였으나 이번에 매출로 세간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 회사의 경이적인 매출신화를 가능케 한 제품은 ADSL단말기와 전화국 통신장비를 연결시켜 주는 장비인 ‘DS램’이다. 초기 주력했던 ATM스위치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틈새시장을 노린 제품으로 이같은 신화를 창조했다. 특히 이 회사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내수가 아닌 수출로 매출의 대부분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일본시장에서만 약 2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이 회사는 앞으로 2005년까지 지속적인 제품공급을 약속받아 큰 이변이 없는 한 최소 지난해와 같은 매출유지는 가능할 전망이다.

 돌이켜 보면 이 회사가 매출 4000억원의 신화를 이끌만한 주변여건은 아무것도 없다. 지난해 수출여건은 오히려 어느 해보다 척박했다. IT수출은 대부분 기대일뿐 현실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없다.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던 우리의 벤처기업들은 해외 현지시장 앞에서 넘을 수 없는 벽을 실감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 4년 남짓의 한 벤처기업의 수출성공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많다.

 무엇보다 영업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시장이 아무리 척박해도 틈새시장은 있기 마련이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적시적소에 공급한다면 매출은 오르기 마련이다. 이 회사 역시 한때 ATM이라는 네트워크 첨단기술을 보유했지만 정작 효자노릇을 한 제품은 틈새시장을 겨냥한 DS램이었다. 빠른 전략수정이 낳은 결과였다. 여기에 더한 것이 1년여가 넘도록 진행시켜온 끈질긴 영업근성. 결국 기술도 기술이려니와 한번 물면 놓지 않는 끈질김이 오늘의 벤처신화를 창조한 것이다.

 “사실 벤처기업을 하는 대부분의 CEO가 주목해야 할 사건입니다. 벤처기업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하는 전형을 보여준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3000억원 매출신화의 얘기를 듣고 새삼 반성하게 됐다는 한 벤처 CEO의 얘기다.

 <증권금융부·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