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총선에서 인터넷을 이용해 투표하는 세계최초의 나라가 될 수 있을까.
8일 BBC(http://news.bbc.co.uk)에 따르면 영국 집권 노동당 로빈 쿡 하원 지도자가 “영국이 앞으로 4년후 총선에서 세계 최초로 인터넷을 이용해 투표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쿡 의원은 영국의 의회문화 절차가 구식이며 18세기 의결투표처럼 의식화돼있다고 비판하면서 “40세 미만 유권자들을 민주제도에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서 온라인으로 투표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투표권을 줄 작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번 봄에 열리는 지방선거에서 시험적으로 인터넷을 통한 투표가 실시될 것이며 다음 총선부터는 온라인 투표가 실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쿡 의원은 의원들의 정책결정에 앞서 매일 인터넷을 통해 유권자들의 반향을 듣도록 할 계획이라고도 강조했다. 그의 이 같은 언급은 지난해 총선에서 투표율이 사상 최저수준인 59%로 떨어진 데 대한 대응책이다.
하지만 기술 전문가 등 전자투표 관련자들은 쿡의 생각에 대해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앞으로 4년 남은 영국의 총선 일정을 감안할 때 그의 생각이 실현되기에 기간이 너무 촉박하다”며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다. 이들은 대규모 온라인 선거가 언젠가는 도입될 것이라는 데 모두 동의하면서도 “보안문제 등 현재의 여러 기술 여건상 범국가적 시행에는 시일이 다소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21세기 지구촌 핫이슈로 부상한 전자투표는 세계곳곳에서 이미 소규모 형태로 성과가 미약하지만 실시히고 있다. 지난해 10월 네덜란드의 두 작은 마을인 레이드슈엔담과 부어버그가 합병 마을의 이름을 인터넷으로 정하기 위해 전자투표를 실시했었다. 하지만 유권자보다 많은 수의 투표가 이루어져 결국 백지화됐었다.
또 지난해 브리스톨과 크로이돈에서 이루어진 국민투표에서도 전자투표는 별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두 지역은 전자투표를 허용했지만 2.4%의 유권자만이 온라인을 통해 투표했고 전화를 이용한 사람도 2.6%에 불과했다.
지난해 3월 미국 과학재단이 내놓은 전자투표 관련 보고서는 더 비관적이다. 재단은 보고서에서 “집과 직장에서 실시하는 원격투표는 근시일에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유권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도입하는 전자투표는 결코 마법의 투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광범위한 사기가 저질러질 우려와 함께 재검표 여부가 없는 것도 단점으로 꼽았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