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투자 불씨` 살려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기업의 자금사정이 호전되고 있다고 한다. 더욱 고무적인 현상은 지난해 거의 동결되다시피 했던 연구개발(R&D) 및 설비투자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새해들어 반도체 가격 상승과 주가 회복, 그리고 생산과 수출 호조 등 경기회복의 조짐이 가시화되면서 우리 기업의 자금사정이 호전되고 자금운영 계획이 지난해와는 달리 공격적인 모습으로 변모하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2년 1분기 기업의 자금사정 BSI 조사결과’는 기업의 이러한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 같다. 직간접 금융시장을 통해 외부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여건을 나타내는 수치(BSI 101.9)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데도 불구하고 1분기 BSI 전망치가 118로 나타난 것은 기업인들이 경기회복을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의 1분기 전망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대다수 기업인들이 내수가 견인하는 매출회복(BSI 119.1)으로 자금조달 여건이 크게 호전되고 기업자금수요(BSI 117.2), 시설자금수요(BSI 109.6), 부채상환용 자금수요(BSI 107.8)가 확대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또 회사채(BSI 91.2) 발행은 주가회복에 따른 채권수요기반 약화로 다소 감소하는 반면, 주식(BSI 100.0) 및 CP(BSI 99.4) 발행여건은 지난해 4분기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전망했다.

 거의 모든 기업이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올해는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결과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이러한 전망이 예상을 벗어나지 않으면 그동안 적신호가 켜졌던 한국경제호의 불빛이 청신호로 바뀌게 됨을 의미한다.

 우리를 더욱 고무시키는 것은 꽁꽁 얼어붙었던 IT투자가 해빙된다는 것이다. 경기불황이 지구촌 전체로 확산되면서 투자를 거의 동결시켜왔던 정보통신·반도체·컴퓨터·가전업계가 새해들어 시설 및 R&D 투자를 확대하는 등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의 경기회복과 더불어 행보를 빨리하고 있다.

 포스트PC시장이 확대되고, 올해가 3년마다 도래하는 기업의 PC 업그레이드 주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세계 일류상품 개발과 해외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한 IT업계의 투자확대는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특히 TV(1.5%)·에어컨(6%)·냉장고(2.4%)·세탁기(2.7%)·전자레인지(4.5%) 등 아날로그 제품의 성장폭은 둔화되는 반면, DVD플레이어(60%)와 디지털TV(67.3%) 등 디지털 가전제품과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TFT LCD·이동전화 단말기와 시스템의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현실을 감안하면 IT업계의 투자확대는 올바른 선택이라고 본다.

 IT산업의 견인차인 통신서비스업체의 투자확대도 반가운 일이다. KT가 올 매출목표(12조6000억원)의 24% 수준인 3조1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SK텔레콤·KTF·LG텔레콤도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밖에도 지난해 자금운영을 보수적으로 했던 게임·인터넷·네트워크통합(NI)업계도 공격적인 자금운영에 나서겠다고 밝히는 등 우리 기업의 투자 분위기는 밝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모처럼 되살아나는 투자 분위기를 재도약의 계기로 삼기 위해 우리 모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