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새해 IT벤처 정책

 ◆노준형 정통부 정보통신정책국장

 지난 한해 국내 IT벤처기업은 계속되는 경기불황과 IT산업의 침체 속에서 어려운 시기를 지나왔다. 우리나라 벤처산업은 외환위기 이후 우리경제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을 받으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정책에 힘입어 IT분야를 중심으로 급성장했지만 급속한 팽창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하고 닷컴기업 등의 수익모델 부재라는 한계에 부딪힘에 따라 지금은 거품이 걷히고 옥석이 가려지는 조정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정부의 벤처지원정책도 변화된 시장환경에 맞춰 그 기능과 역할이 재정립돼야 할 시기에 왔다. 그간 정부의 지원정책이 벤처산업의 양적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면 이제는 질적 도약을 위한 기반 조성에 초점을 둬야 한다.

 장기적으로 정부의 민간시장개입은 지양돼야 하지만 시장형성이 미흡하거나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등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촉진자, 조정자로서의 정부역할도 요구된다.

 정보통신부는 벤처산업 발전단계에 대응한 정부의 역할모델 정립을 바탕으로 올해안에 ‘중장기 IT벤처육성 기본방향’을 재설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히 IT핵심기술 개발, 고급전문인력 양성 등 벤처인프라 구축을 통해 벤처산업의 질적 성장을 위한 토양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둘 계획이다.

 먼저 IT기술개발 등 산업기반조성을 위해 올해 지원될 정보화촉진기금 1조7000억원 중 60%인 1조원을 상반기 중 조기집행해 IT벤처기업 지원과 IT산업 경기부양에 주력할 방침이다. 융자지원의 경우 이자율을 대폭 인하하고 금리변동요인을 즉시 반영하기 위한 변동금리제도를 도입하며 IT벤처기업 투자를 위해 정부자금 450억원을 포함한 총 1100억원 규모의 재원이 조성된다.

 고급 IT전문인력양성을 위해서는 대학정보통신연구센터(ITRC), CMM관련 인력양성 등 IT분야 고급연구활동을 집중 지원하는 한편 해외교수 초빙과 국제 인력교류 활성화를 통한 글로벌 인재양성체제를 구축하고 대학내 IT학과 신설, 정원확대 등으로 부족한 IT인력 공급기반을 확충할 계획이다.

 최근 벤처업계의 화두는 해외진출이라고 할 수 있다. 정보통신부는 나스닥 IT인큐베이션펀드와 한중 무선기술펀드 등 해외진출 특화펀드를 결성해 해외진출을 추진하는 벤처기업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아울러 실리콘밸리·보스턴·베이징·도쿄 등에 이어 추가로 두 개 지역에 해외 IT지원센터를 신설하고 마케팅채널 구축사업 등 다각적인 지원시책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정책의 시너지효과를 높이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IT벤처기업의 창업과 성장촉진을 위해 전국의 SW지원센터와 대학IT창업지원센터 운영을 내실화하고 인큐베이터와 벤처캐피털이 공동 운영하는 IT인큐베이션펀드를 통해 창업초기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늘일 방침이다.

 또한 벤처기업의 경영애로 해소시책으로는 중소기업경영지원단과 인터넷 e비즈 활성화지원단을 통한 경영자문활동 강화와 벤처기업 제품에 대한 공신력 있는 인증을 지원하는 ‘IT시험연구소’ 운영을 들 수 있다. IT벤처시장 시스템의 효율화 차원에서 IT벤처기업 인수합병(M&A) 및 기술평가 시장 활성화를 위한 지원책도 추진된다.

 최근 다행히 벤처기업 스스로도 기술혁신, 수익모델 개선, 기업간 협력 등 체질 개선을 위해 노력을 경주하고 있어 벤처산업에 대한 희망의 움직임을 엿볼 수 있다. 과감한 구조조정, 전략적 제휴, 특화기술 개발, 해외시장 활로 모색 등 벤처 호황기에는 볼 수 없었던 적극적인 경영전략을 펼치는 사례가 늘고 있고 경영 마인드도 변하고 있다.

 이에 덧붙인다면 과거 일부 벤처기업의 부정사건으로 실추된 벤처산업의 도덕성과 투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벤처업계의 자정노력도 필수적이라 하겠다. 정부 역시 벤처기업의 도덕적해이(모럴해저드) 방지대책을 강구해 나갈 방침이다.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 이미 접어든 지금, 벤처산업 전반의 구조조정과 체질개선을 통해 기술력과 경영능력을 겸비한 우수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다시 한번 우리 경제의 또다른 성장엔진으로서 벤처산업의 도약을 준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