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생체인식 업계는 유탄에 맞을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른바 패스21 유탄이다. 수지김 살인사건 은폐의혹으로 시작된 윤태식씨에 대한 검찰수사가 패스21의 성장과정으로 방향을 바꾸며 생체인식 기술이나 업계에 대한 언급이 많아지면서 누가 이 유탄의 엉뚱한 피해자가 될지 가슴 졸이고 있다. 패스21의 기술축적 과정에서 언급되는 B사가 어디인지를 알아보려 여기저기 수소문하는가 하면 ‘제2의 패스21’이 있다는 루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와중에도 업계 관계자들은 국민이 생체인식 업체나 기술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다. 오는 17일 워크숍을 진행하는 생체인식협의회는 몇몇 언론사에 요청했던 행사홍보와 후원을 철회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이유는 ‘요즘 같은 분위기에 행사를 시끌벅적하게 치르고 싶지 않다’는 것. 협의회 관계자는 “패스21과 협의회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황당한’ 전화를 여러번 받았다”며 “때가 때인 만큼 업체와 교수 등으로 이뤄진 운영위원회에서 행사의 규모를 줄이고 조용히 치르자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생체인식은 오래전부터 관심을 끌었지만 산업으로서의 태동은 지난해부터라 할 수 있다. 지난해 협의회를 구성하며 비로소 평가기술, 데이터베이스 구축, 법제 마련 등 인프라에 관심을 돌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온라인 거래가 확대되면서 보안 확보를 위한 유일한 대안으로 관심을 받아오던터에 9·11 테러로 하루아침에 스포트 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그래서 업체들은 올해가 ‘일대 약진의 해’가 될 것으로 은근히 기대해 왔다. 그러나 ‘한 마리 미꾸라지’ 때문에 ‘팔팔 뛰는 생선’처럼 움직여야 할 업체들이 연초부터 위축돼 숨을 죽이고 있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제품 발표회에 정치인 등 유명인사가 왔던 회사들은 일단 의심부터 받는 이상현상이 벌어지고 괜히 눈에 띄면 좋을 게 없다”며 줄줄이 낮은 포복이다. 이쯤되면 병적인 현상이요, 이른바 ‘패스21 신드롬’이라고 할 정도다. 유탄이든 신드롬이든 생체인식 산업이라는 ‘피지도 않은 꽃’이 꺾이게 될까봐 조마조마 하다는 것이 취재기자의 솔직한 심정이다.
<산업전자부·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